작품설명

부산작가 이주홍의 대표작
연희단거리패 전통패러디 연극

해방 한국연극사 최초의 재담극

서울에 오영진이란 극작가가 존재했었다면, 부산에는 이주홍이란 극작가가 존재했었다. 오영진의 <맹진사댁 경사>가 <인생차압>이란 영화로 재탄생했었다면, 이주홍의 <탈선춘향전> 또한 공연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표현되었었다. <탈선춘향전>은 1949년 작가 이주홍에 의해 쓰여졌고, 해방 한국연극사상 최초의 재담극 양식으로 1막 광한루 편과 2막 월매집 편이 공연되었다. 당시 관객의 인기를 끌어 수 백 차례 공연되었었고, 시나리오로 개작되어 영화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변학도 편과 어사또 출도 편은 그 후 소설로 쓰여졌는데, 연극평론가 정봉석(동아대 문예창작과 교수)은 이 소설이 희곡구조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2006년 향파 이주홍 탄생 100주년을 맞아 부경대학교 극장에서 재발굴 공연되었는데, 이윤택 연출 연희단거리패 공연으로 1,2막이 당시 공연 양식으로 재구성되었다. 이어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 선보였고, 지금도 여전히 공연예술적 가치가 있다는 판단, 특히 마당극의 효시라 할만한 재담극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 작업을 가능케 했다.

판소리 극작 연출 배우 박성환(국립창극단원)은 이주홍이 쓴 소설을 바탕으로 3막 변학도 편과 4막 어사또 출두 편을 재구성 했고, 작창까지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작가 이주홍이 정본 춘향전이 아닌, 이본 춘향전에 더 무게를 두었다는 판단 아래 활달하고 거침없는 성격을 구사하는 이본 춘향전을 재구성의 텍스트로 정했다. 2007년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 완성된 전 4막 <탈선춘향전>이 공연되었고, 제3회 명작 코미디 페스티벌 참가하기도 했다. 연희단거리패의 <탈선춘향전>은 한국의 전통 재담을 기본 화법으로 하는 우리의 토종 코메디양식인 소학지희(笑謔之戱)를 재창조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관심사가 된다. 그리고 전통 판소리 장단과 율격이 어떻게 패러디 되어 근대극 공연양식으로 수용되었는가를 밝히는 단서가 될 것이다.

한국적 희극연기의 전복적 상상력과 극 구조
판소리 율격을 타는 말과 몸과 표정연기
<탈선춘향전>은 소학지희(笑謔之戱)의 현대적 재현과 복원에 관심사를 둔다. 소학지희는 궁중에서 왕을 상대로 광대들이 지어 내었던 우스개 소리를 근원으로 한다. 궁중 출입이 가능했던 광대가 세상 이야기를 다양한 재담과 익살맞은 몸짓 표정 연기로 표현했는데, 왕을 즐겁게 하면서 세상의 소문을 전하려는 과정에서 연출된 공연양식이었다. 그러나 광대의 주장이 강하게 들어갔을 때 왕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지금의 시사 개그, 혹은 상황 개그 같은 성격이기도 하지만, 소학지희는 나름의 화법과 몸짓 표정 연기가 골계미적 기준을 지니고 있었다. 이주홍 작 <탈선 춘향전>은 판소리 율격을 기본으로 하되, 시조창과 민요 근대 가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중 공연양식을 차용한다. 그러면서 철저하게 민중극적 구성과 인물 대비를 이룬다. 동서고금을 통 털어 민중희극의 특성은 우둔한 상전과 영악한 하인의 관계에서 빚어진다. 여기서 가진 자들의 정체된 세계를 가지 못한 자들의 조롱과 야유로 저항하는 전복적 상상력의 극구조가 탄생된다. 가잔 자에 대한 야유와 조롱은 방자를 통해, 가부장적 남성사회에 대한 저항은 춘향의 욕설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방자 역을 맡은 연희단 거리패의 배우장 김미숙은 이미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에서 가장 한국적인 민중여성으로서의 억척 어멈 역을 소화해 내었고, 이번에는 성을 바꾼 방자 역으로 한국적 희극연기의 한 전형을 보여 준다. 여기에 춘향 역의 신주연, 향단 역의 배보람, 몽룡 역의 한상민, 변학도 역의 이동준 외 연희단 거리패의 젊은 배우들이 못 말리는 희극연기 앙상블을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