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서사극, 그리고 <인터뷰> - 김덕수
서사극은 전통적인 아리스토텔레스적 극작술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적 연극은 인물의 대화와 행위를 통해 현실을 충실하게 재현(미메시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보여주기. 하지만 서사극 혹은 서사극적 순간은 말하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브레히트에 의하면, 자동차 사고 목격자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스처와 말로 재구성하는 것처럼 사건들을 극화하는 대신에 그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즉 말하기.

<인터뷰>는 현장검증과 같은 보여주기가 아닌 말하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대화와는 달리 그것은 묻는 자와 답하는 자의 역할이 고정적으로 나뉘어 있다. 무대 위의 배우들은 끊임없이 말한다. 자기 삶에 대해, 기억들에 대해.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묻지 않았고 묻지 않는다. 즉 무대 위에 묻는 자(interviewer) 없이 오직 답하는 자들만 있다.
그렇다면 무대 위에 던져진 이 말들은 대체 누구의, 어떤 질문에 답하는 것인가? 끊임없이 밀려오는 삶의 파도들이 철썩거리는 것일까? 바다 한가운데 작은 섬에 고립된 사람들의 위태로운 외침일까? 우리는 끝까지 그것을 알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 질문 없는 대답들! 그렇다면 무대 위의 이 말들은 이제 어디로 흘러들어가야 할까? 질문 없는 대답들을 통해 질문의 진원지를 되물어갈 수 있을까? 어쩌면 그것들이 되려 질문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