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세상이라는 거대한 연극>의 주제는 삶과 죽음이다. 이 작품을 통해 17세기의 스페인 대중들은 삶의 덧없음과 구원을 받기 위해 자신의 위치에서 소명을 다하는 자세를 배웠다. 또한, 운명적으로 세상에 나온 인간들이 왜 사는지에 대한 당위성과 어떻게 주어진 신분에 상응하며 세상을 살아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신분적 인생관 및 세계관이 묘사된다. 따라서 극중 인물들이 특정 이름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 속의 신분을 대표하거나 은유적인 캐릭터를 지니고 있다. 이느 중세 종교극이 지닌 특징적 요소를 반영한 것으로 알레고리화된 인물들인 것이다. 그리고 대사가 운문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청각적으로 유려함과 흐름의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는 배우의 화술과 발성이 표현의 주를 이룬다. 400여년 전에 쓰여진 이 작품이 종교의 자유와 과학의 발달, 신은 죽었다고 이야기하는 오늘의 관객들에게 온전히 공감을 얻으려하기보다는 고전의 우수함과 유럽문화의 역사와 연극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연극계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에서 의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줄거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연극무대이며 인간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하다가 죽음과 함께 그 역을 마치고 천상으로 돌아간다. 세상이라는 연극무대는 왕의 역할, 부자의 역할, 농부의 역할, 거지의 역할 등을 맡은 배우들이 있다. 처음에 이들은 자신의 역할이 좋다 싫다를 가지고 항의한다. 그러나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가 아니라 자신이 맡은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가이다. 연극에서 귀족 역이나 하인 역을 맡는 것은 그러한 정체성이 영원히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연극이 끝나면 모두 일반인으로 돌아간다. 아무리 귀족역을 맡았더라고, 좋은 연기를 보여주지 못하면, 악평을 받을 것이고, 하인 역을 맡았더라도 충실히 연기했다면 그는 연극이 끝난 후에 많은 박수와 갈채를 받을 것이다. 이 세상이라는 연극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이라는 연극이 끝나고, 왕, 부자, 미인, 농부 등이 무대를 떠날 때, 그들은 자신들이 무대에서 입었던 옷을 다 반납하고, 창조주로부터 자신이 어떻게 자신이 맡은 역을 연기했는지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