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심리극의 장인”, 한태숙 신작 <엘렉트라>

인간의 내밀한 심리를 집요하고 섬세하게 포착해내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미학을 구축해 온 우리 시대의 중요한 연출가 한태숙. 그는 <오이디푸스>, <안티고네>와 같은 희랍 비극에서부터 <맥베스>, <리처드 3세>, <세일즈맨의 죽음>, <유리동물원> 등 영미 희곡의 정수와도 같은 작품들 그리고 <단테의 신곡>, <1984>와 같이 철학적 주제를 다루는 문학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 세계를 보여왔다.

인간 본성을 꿰뚫는 심리 묘사와 분명한 캐릭터 구축, 상징적인 무대로 연극적 긴장감과 재미는 물론 주제적 본질을 놓치지 않는 연출력으로 작품마다 명성과 신뢰를 입증해 왔던 한태숙 연출이 2006년 <이아고와 오셀로> 이후 12년 만에 LG아트센터 무대에서 신작을 선보인다.

한태숙 연출이 선택한 작품은 대표적인 희랍 비극중 하나인 <엘렉트라>. 소포클레스 비극 3부작의 완결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엘렉트라>는 아버지 아가멤논을 살해한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에 대한 복수로 동생 오레스테스를 시켜 어머니와 정부 아이기스토스를 죽이는 엘렉트라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소포클레스와 동시대를 살았던 아이스킬로스나 에우리피데스 같은 고대 극작가뿐 아니라 유진 오닐과 같은 현대의 극작가들의 손에 의해 다시 쓰여졌고, 수많은 영화와 오페라로 만들어질 정도로 많은 예술가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 있는 <엘렉트라>는 인류의 수 천년 역사와 함께 해온 화두, ‘과연 복수는 정당한가,’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특히 이번 <엘렉트라>에서는 “범죄극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고연옥 작가가 각색을 맡아 벙커를 배경으로 게릴라 여전사로 변한 엘렉트라의 복수극을 긴장감 있게 변주할 예정이다. 또한 작품에서 갈등의 두 축을 담당하는 엘렉트라와 클리타임네스트라 역은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오는 배우 장영남과 서이숙이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며, 비극과 희극을 넘나들며 단단하게 캐릭터를 구축해온 배우 박완규 등 연기파 배우들이 가세하여 작품의 깊이와 기대를 더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