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차세대열전 2017! 
2017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극작분야 신해연

불감증에 걸린 여자는 매일 밤 다한증 남자와 역할극 섹스를 한다. 그 안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감춘 채 상대가 바라는 누군가가 된다. 하지만 섹스 놀이가 반복 되면서, 그들은 무수한 역할 속에 길을 잃는다. 그리고 여자의 일터인 마트. 끊임없이 돌아가는 회전문과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빈 카트들. 계속해서 결핍을 부추기는 마트 안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찾던 것이 무엇인지 잊은 채 미아가 된다. 그 안에서 아무도 듣지 않는 인사를 반복하던 여자의 앞에도, 또 다른 미아가 나타난다.
자꾸만 자신의 물을 빼앗아 가는 세계와 관계 속에서, 여자는 어떻게든 자신의 감각을 깨우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외면하고 버려두었던 자신과 만나게 된다.
여자는 잃어버린 물을 되찾고, 다시 한 번 젖을 수 있을까? 느낄 수 있을까?

줄거리

늦은 밤, 지치고 더러워진 몸을 씻는 여자. 차가운 타일 바닥에 쪼그려 앉은 채로 샤워기 물을 맞는다. 그리고 본다. 작고 어두운 수채 구멍 속으로 끊임없이 사라지는 물들을. 
여자는 궁금하다. 저 물은 다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왜 아무리 몸을 적셔도, 계속 메말라 가기만 하는 걸까?

‘너 원래 안 이랬잖아. 손만 닿아도 젖었잖아. 그런데 너 지금, 엄청 말랐다고.’

불감증에 걸린 여자는 매일 밤 다한증 남자와 역할극 섹스를 한다. 그 안에서 두 사람은 들키고 싶지 않은 자신을 감춘 채, 서로가 상상하는 누군가가 된다. 그리고 그런 섹스 놀이가 반복 되면서, 그들은 무수한 역할 속에서 길을 잃는다. 서로가 누군지 알 수 없어진다.
여자의 일터인 마트, 끊임없이 돌아가는 회전문 앞에서 불감증 여자는 아무도 듣지 않는 인사를 반복한다. 사람들은 미로 같은 진열대 사이를 유령처럼 배회하며 빈 카트를 채우기 바쁘다. 마트는 계속 무언가를 권한다. 더 가질 수 있다고, 더 가져야 한다고. 그런 부추김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진짜로 찾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잊은 채 미아가 된다. 그리고 불감증 여자의 앞에도, 길 잃은 미아가 나타난다.

불감증 여자와 다한증 남자가 벌이는 역할 놀이를 중심으로, 중간 중간 여자의 과거가 끼어든다. 여자의 방과 마트라는 두 공간 사이를 오가며, 이야기는 불감증 여자의 내면을 파고든다. 그리고 역할 놀이가 반복 될수록, 과거 ‘마트’에 관한 기억은 점점 더 현실감을 잃고 기괴한 꿈처럼 변해간다.
과연 불감증 여자는 잃어버린 자신의 물을 되찾을 수 있을까?
매일 물기를 잃고 메말라가는 자신을, 다시 한 번 적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