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연극계 음유시인 故 윤영선의 미발표작, 무대에 오르다
제 39회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인 극단 놀땅의 <쥐가 된 사나이>가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극단 놀땅의 최진아 연출이 지난해인 2017년 9월 윤영선 작가의 10주기를 맞아 열린 제 3회 윤영선 페스티벌‘에 낭독공연으로 올린 바 있다. 이번 역시 최진아 연출을 중심으로, 낭독공연이 실현되는 무대에는 배우 정선철, 최원정, 송치훈, 박다미가 오른다.

<쥐가 된 사나이>는 윤영선 작가가 원고 표지에 ‘2005년 6월 쓰기 시작하다’라고 쓰여있지만 대중에 발표되지 않은 미발표작이다.(<윤영선 희곡집> 연극과 인간 2007) 작가가 희곡을 마친 후 쓰는 ‘끝’이나 ‘막’같은 낱말이 마지막 페이지에 없어 미완의 작품이라고도 추정되는 이 작품은 한 청년이 산행 중 우연히 찾아간 집에서 자신을 아들이라고 말하는 가족을 만나게 되는 내용의 1부와 그 집을 나와 헤매던 중 다시 찾아가게 된 집에서 가족들이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외면하는 내용의 2부로 나뉜다. 이런 현실과 비현실이 오고가는 이 작품은 이성적 질서와 일상적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세상으로, 기존의 세계에 대한 부정과 함께 관객들을 새로운 경험으로 이끈다.

윤영선 작가는 연극계의 ‘시인’으로 불렸다. 그는 인간 존재의 외로움과 고독 등을 시적 비약과 압축으로 표현하였고, 그의 희곡은 삶과 죽음, 현실과 비현실의 기묘한 경계를 탐색한다. 끊임없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 그 모습을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질문하며, 현실이 가지고 있는 틀에 대한 새로운 의문을 갖게 한다.

현실과 비현실, 그 사이에서 경험하는 ‘어떤 세계’
서울에 살고있는 도시인 ‘청년’과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을 안고 사는 ‘어머니’. 우연히 만난 청년을 아들이라고 믿는 어머니와 가족들, 그리고 이를 부정했지만 결국 그들의 가족이 되기를 받아들이는 청년. 희곡에 나타난 이러한 비현실적인 사건들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역시 비현실적인 인물과 공간이다.
<쥐가 된 사나이>는 비현실적인 사건과 기이한 인물들을 통해 공연을 보는 이를 지금까지의 경험과 다른 어떤 세계로 데려간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하거나, 어쩌면 그것이 중요치 않은 그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게 될까? 답을 얻지 못한다할지라도 우리는 나 자신과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해 새롭고 자유로운 물음을 던지게 될 것이다.

줄거리

희미한 등잔불 아래에서 어머니와 딸, 사내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사내는 어젯밤 죽은 형님이 찾아와 몇 년 전에 집을 나간 아들이 오늘 저녁 돌아온다는 말을 했다며 기다리자고 한다. 어머니는 죽은 사람의 말을 믿을 수 없다며 반신반의하면서도 아들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군불을 넣고 감자를 삶아놓는다.

그리고 어떤 청년이 한밤중에 문들 두드린다. 어머니는 청년을 아들이라고 생각하면서 이곳이 너의 집이니 가지말라고 붙잡고, 청년은 이 상황이 기이하기만 하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야기, 밭에 어느날 갑자기 놓여진 큰바위이야기, 쥐가 되어 집을 나갔다는 이야기를 어머니로부터 듣는다.

청년은 자신을 아들이라 부르는 그들의 환대 속에서 주춤거리며 시간을 보내다가 이 집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청년은 몇 시간 후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이번에는 가족들이 청년을 모르겠다고 하며 외면한다. 청년은 다시 돌아가려고 하지만 자신이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청년은 떠나지 않고 이 곳에 남겠다고 한다. 가족들은 그들 아들로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