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 절망이 희망보다 안락하고 희망이 절망보다 불안하다면 우리는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게 아닐까. - 황현경 문학형론가
연극<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는 201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방」을 원작으로 한다. 강화길 작가는 「방」으로 등단한 이래 여성문제에 대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며 주목받고 있는 작가이다. 2017년 젊은작가상, 제22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괜찮은 사람』, 장편소설 『다른 사람』이 있다.

#. 같이 살자.
어느 날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폐허가 된 도시.정부는 거액의 급료를 제시하며 도시를 복구할 인력을 모집한다.수연과 재인은 도시로 간다."좋은 곳에서 시작하고 싶어"서, 함께 살 전세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그들은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

#. 유토피아를 꿈꾸기 위해 제 발로 디스토피아로 걸어 들어가야 하는 역설
그들은 댓가가 너무 큰 희망을 품은 탓으로, 죽은 도시에 제 발로 걸어 들어와 허무하게 목숨과 희망을 맞바꾸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목숨 값은 너무나 형편없는 것이어서 꿈꾸었던 미래는 그들에게 조금도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유토피아를 꿈꾸기 위해 제 발로 디스토피아로 걸어 들어가야 하는 역설. 하지만 이런 선택을 하는 인물이 사회의 소수자, 약자일 때 위의 역설은 더 이상 억지 설정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 현실에 살고 있다.
흔히 디스토피아를 다룬 작품들은 그 괴상한 세계를 그려가기 위해 모든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 작품만의 독특한 디스토피아를 창조해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 작품이 그려내는 디스토피아는 지금 우리 사는 세상과 너무나 닮아있다. 희생 없이, 죽을 각오 없이 감히 더 나은 삶은 꿈도 꿀 수 없는 세상. 그 자체가 디스토피아인 것이다. - 연출 윤혜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