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가장 밀접하고 빈틈없을 것 같은 사이인 가족. 그 안에 존재하는 불신과 불만, 분노는 늘 상 우리 곁에 잠복되어 있다. <호상>은 무책임한 가장(용범)을 둔 가족의 이야기다. 그의 두 아들 성재와 성만에게 있는 갈등은 서로를 향해 있는 듯 보이지만, 그 뿌리를 보면 아버지 용범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세월이 흘려도 세상이 변해도 여전히 부모의 존재감은 자식들에게 거대한 그림자로 드리워져 있다. 이들에게 드리워진 이 기억의 그림자는 과연 어떻게 걷혀질까? 이 작품은 아버지 용범이 병상에 누워있는 상황에서, 서서히 표출되는 가족의 아픈 기억을 보여준다. 그 기억은 용범 가족에게만 국한 된 아픔이 아니기에 이 극을 보는 이들에게도 친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호상>은 누구에게나 있는 그 시린 기억들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줄거리

'오늘은 정말 아버지가 돌아가실 것 같다.'
아버지가 곧 돌아가신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들이 모였다. 그런데 돌아가신다던 아버지는 자리에 누워 삼 개월째 가족들의 삶을 간섭하고 있다. 아버지 용범은 젊어서부터 풍류를 즐기는 사람이었다. 생일에는 꼭 기생을 불러야 하고 아들 교장취임식에는 다방레지를 데려와 커피를 돌려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와상환자로 있으면서도 발기되는 아버지다. 큰아들 성재는 교장선생님으로서 그런 아버지가 수치스럽다. 성재와는 대조적으로 작은아들 성만은 아버지와 많이 닮아있다. 건축브로커인 성만은 마을에 다리를 놔주겠다는 허풍으로 이장을 자기수하에 둔다. 가족들은 이런 성만을 불신하며 인정하려하지 않는다. 성만은 자신의 존재감을 깨닫고 아버지가 죽기 전 한 번이라도 아들로서 인정받고 싶어 한다. 성만은 며느리인 정빈을 돈으로 고용해 아버지으 수발을 들게 시키고 자신은 아버지 생신상 준비에 여념이 없다. 생신상만이 아버지에게 인정받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성만이 이장을 시켜 생신상을 준비하던 중 기생을 부르기로 결심한다. 아버지가 생신상에 꼭 기생을 불렀던 기생을 부름으로 자신의 위치를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기생 부르는 것을 눈치 챈 성재가 이를 말리고 돈으로 고용한 정빈 역시 성만의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기생 때문에 성재와 성만에 대치되는 가운데 아버지는 아들을 종소리로 계속 간섭하기에 이른다. 생신 당일 날, 오리로 했던 기생은 입금이 안 돼 못 오게 되고 의견이 다른 두 형제의 골은 깊어져만 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