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 [염쟁이 유씨]는 대한민국 대표 모노드라마이다.
2006년 국립극장 주최 시선집중 배우전 개막작 선정을 시작으로 관객은 물론 관련 기관 및 단체, 각 언론사로부터 뜨거운 관심과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지난 13년간 꾸준히 대학로와 전국 순회공연을 통해 3천회를 넘어 4천회를 향해 가는, 65만 명이 관람 한 대표 스터디셀러 연극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죽음을 통해 삶을 바라보고자 하는 연극이다.
유씨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인생을 엿보면서, 배꼽 빠지게 웃기도 하고, 한구석에 울컥 올라오는 감정에 눈가의 촉촉함도 느끼게 한다.

연극 [염쟁이 유씨]는 관객과 함께 어울리며 만들어 가는 공연이다.
객석에 앉아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인물로 함께 참여하게 된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공연 속에서 뒤섞이며 함께 어울리며 경험하며 느끼는 공연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에 대한 물음과 답을 관객과 함께 찾아가는 공연이다.

원조배우 유순웅과 1천회를 돌파한 임형택, 두 배우의 연기대결이 또 다른 관전 포인트.

- 대학로를 중심으로 한 연극이라는 예술장르는 어느새 젊은 연인의 특별한 데이트 코스로 자리 잡았다. 상큼 달달한 연애 이야기를 통해 둘만의 특별한 감정을 만들고 싶은 시대에 어울리는 듯하다.
원래 연극이라는 것이 다양한 인생의 한 부분을 통해 다양한 고민과 가치관을 나누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시대의 변화에 따라 연인을 위한 장르로 몰려가버린 듯하다.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그리고 자녀들이 함께 볼 만한 공연이 실종되듯 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살아온 혹은 살아가는 세대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리라.
정치를 인용하는 것이 적절치는 않겠지만, 연령별 지지도나 투표율이 우리 사회의 단상이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이돌의 모습은 연로하신 분들에게는 낯부끄러운 모습이 빈번히 나오고, 어르신들이 즐겨보는 드라마에서는 뻔하고 고루한 이야기가 나오고, 중년이 즐겨보는 드라마에서는 허구헛날 불륜에 막장에, 도대체 정상적인 가족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다보니 평범하고 정상적이거나 깊은 고뇌와 번민이 담긴 연극은 실종되었다. 보는 사람의 입맛에 맞출 수밖에 없는 이 사회의 현실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참 안타까운 일이다. 가족이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즐길 만 한 공연이 실종된 것이다.
그 대안으로 연극 [염쟁이 유씨]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소소하게 웃기기도 하고, 슬쩍 무서운 척도 하고, 빵 터지는 웃음도 담다가 어느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고, 찡해지기도 하는 연극.
어린 청소년부터 중년, 나이든 어르신들 까지 가느다랗게 이어져 있는 우리 사회의 깊은 이야기를 배우의 입을 통해, 배우의 몸짓을 통해 술술 풀어나가는 연극.
화려하진 않지만 질박한 도기를 닮은 공연.
핵가족을 넘어 홀로 족으로 채워진 사회에서 오랜만에 모여 나란히 앉아서 볼만한 공연.
연극 [염쟁이 유씨]라 말할 수 있다.

- 연극 [염쟁이 유씨]는 단 한명의 배우만 나오는 모노드라마이다. 자칫 혼자서 뭘 할까? 고민할 필요는 없다. 극중엔 유씨 이외에도 자그마치 14명이나 더 나온다. 홍콩의 느와르 영화에서 나올 듯한 무서운 건달 두목도 나오고, 넘버2, 넘버3도 나온다. 돈이면 다 된다는 세상답게 유씨의 장의 사업 경쟁자도 나온다. 이 사람은 상주도 대신해주는 등 약삭빠르게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준다. 어쩌면 시체도 대신 해줄지도 모르겠다. 보는 사람마다 자기 영업(?)을 도와 달라 부탁한다. 뭘 도와달란 거지? 사람 죽는 거? 참 웃픈 얘기다. 또 재산상속으로 아웅다웅 하는 한 가족이 단체로 출연하기도 한다. 정말 ‘돈’ 앞에서는 형제자매도 없는 세상인가보다. 유씨는 그들에게 세상을 그렇게 살지 말라고 일갈을 한다.
이 연극은 모노드라마인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올까?
비밀은 유씨 역을 하는 배우에게 있다. 슬쩍 돌아서면 이 사람이 됐다가, 저 사람이 된다. 신출귀몰하다. 어찌 보면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 이라는 원효대사의 해골물이 생각나기도 하다.
연극이라는 가상(假想)의 현실을 보는 사람들에게 얼마큼 믿게 하는가가 중요한 것일 텐데, [염쟁이 유씨]는 간단하지만 잘 꾸며진 무대에 최소의 인원으로 알차게 꾸민, 참 즐거운 놀이판 같다.

줄거리

주인공 유씨는 대대로 염을 하던 집안이다. 직업에 귀천이 있다하나 가업으로 해왔고, 자식에겐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일터로 찾아온 관객들에게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통해 삶에 대한 생각, 그리고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가 잊을 수 없는 성수대교 붕괴, 대형 백화점 붕괴, 유람선 침몰 등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슬픈 이야기들. 때로는 즐거운 기억들.
누구나 태어나 피하지 못하는 것이 죽음일진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삶을 보여준다.

한편 또 다른 장의사는 철저한 자본주의 방식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상주도 대신해주고, 심지어 하객도 대신해준다. 어떤 것이 옳은지 관객이 판단할 몫이다.

가업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유씨는 아들이 원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직업을 찾아보라 외지로 보낸다. 잘 사는지 시간이 흘러도 돌아오지 않는 아들.
관객과 함께하는 염이 유씨에게는 마지막 염이다.
한 올, 한 올, 정성을 다하는 유씨. 이별의 준비를 마친 유씨는 북바치는 슬픔에 힘들어한다.
무엇이 그렇게 힘들게 할까?
수많은 죽은 이들을 돌봐온 유씨의 한마디.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죽어. 근디 땅에만 묻혀버리고 살아남은 사람 가슴에 묻히지 못하면, 그게 진짜 죽는게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