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POINT 1. 가난한 연극

때론 물리적 빈곤이 상상적 풍요의 조건이 되기도 한다. 가난하기를 작정한 연극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연극이 신앙처럼 의지하는 무대 장치와 음악, 소품을 빼앗긴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어떻게 숨 쉴까. 남은 건 배우뿐. 배우 말고는 다 버렸다. 과연 무대도 텅 빌까. 아니면 더 풍요로울까.

POINT 2. 등대를 밝혀라

지진해일(쓰나미)로 초토화된 어촌. 개발을 앞세워 철강공장이 들어서고 있다. 더 이상 어선이 뜨지 않는 마을에 소년소녀들이 등대를 세우려 한다. 무슨 연유일까. 산업 도시에 왜 등대가 필요한 것일까. 왜 목숨 걸고 세우려 하는 것일까.

POINT 3. 미친 세상에 미치지 않고서야

덕이 있는 사람, 사람다운 사람을 찾겠다고 대낮에 등불을 밝히고 다닌 철학자 디오게네스. 그는 개 취급,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다. 여기 등불로는 너무 아쉬워 대낮에 등대를 밝히려는 사람들이 있다. 미친 사람들이 있다.

POINT 4. 하라비라 비하루

하라비라 비하루는 무슨 말일까. 작가도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한다. 말이 말로 통하지 않을 때, 말의 의미가 왜곡될 때, 말을 빼앗겼을 때 마리는 말 아닌 말을 내뱉는다. 답답한 건 못 알아듣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POINT 5. 보여주지 않고 보게 하는 연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는 거기에 없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은 거기에 없다.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풍경은 거기에 없다. 세상에서 가장 공포스런 총소리도 슬픔도 울부짖음도 거기, 특정한 어디에 없다. 그것은 당신에게 있다. 우리 각자에게 있다. 연극은 보여주지 않고, 아니 보여주지 못하고 보게 한다. 우리가 직접 보여주지는 못하겠기에 관객 각자가 꺼내볼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줄거리

큰 해일이 휩쓸고 간 자그마한 항구도시,
생존을 위한 사투가 벌어지던 중 부모를 잃은 마리.
그의 친구이자 연인인 해치도 해일을 만나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마리는 바닷가에 굴러다니는 갈매기 알을
정성으로 보살펴 부화시키고 겨우 먹이를 구해 성장시킨다.

삶의 환경은 황폐해지고 주민들은 더욱 포악해지는데
그 와중에 도시를 재건하려는 개발업자들이 들이닥치고
정신적 위기에 처한 마리는 자기가 키운 갈매기 '버들'을 해치로 치환,
환상의 세계로 도피한다.

그리고 죽은 줄 알았던 해치가 살아 돌아오는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