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변하지 않는 팝의 가치 - TAHITI80

언젠가부터 세상은 변하지 않는 것의 가치를 낮춰보기 시작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모양과 빛깔, 맛을 바꿔나가는 모든 것들이 승자의 위치를 차지했고, 그 속도에 맞추지 못하는 것들은 구태나 퇴보의 구렁텅이에 빠졌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룻밤만 자고 일어나도 어제의 거짓이 오늘의 참이 되는 세상이니 말이다.

프랑스 출신의 밴드 타히티 80(Tahiti 80)의 경우는 어떨까. 1992년 결성, 1999년 첫 앨범 [Puzzle]을 내놓은 뒤 20여년 년 간 한결같이 누구도 해치지 않을, 솜사탕 같은 노래만을 불러온 이들 말이다. 언제 어디서 누가 들어도 슬며시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타히티 80 특유의 달콤한 팝 사운드는 주목 한 번 받기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한국 팝 음악 시장도 수월히 통과했다. 마치 끝내 나그네의 외투를 벗겼던 따스한 햇살처럼, 타히티 80의 음악은 그렇게 한국 리스너들의 취향과 감성 속에 서서히 스며들었다. 지금의 Tahiti80를 있게 해준 [Puzzle]의 타이틀곡 ‘Heatbeat’를 비롯해 미니홈피와 블로그 BGM 시장을 주름 잡았던 ‘Open Book’, ‘Soul Deep’ 등이 수록된 소포모어 앨범 [Wallpaper for the Soul], 2017년 모 CF 광고음악으로 사용되면서 이들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던 ‘Crush!’ 까지. 이들의 음악은 하나 같이 듣는 사람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순한 팝 사운드로 오랫동안 사랑 받았다.

그 유순함에 이들만의 색채를 입히는 건 누가 뭐래도 보컬 자비에르 보이어(Xavier Boyer)의 귓가를 간질이는 독특한 발성의 창법과 곡마다 반짝이는 준수한 멜로디다. 데뷔 후 강산이 두 번 바뀐 지금도 여전히 ‘좋은 팝송을 만드는 것을 사랑한다’ 당당히 말하는 이들 앞에서 우리는 다시 귀를 빼앗기고 만다. 완벽한 코드, 완벽한 화성, 완벽한 하모니를 여전히 찾아 헤매는 이들의 긴 여정은 일곱 번째 정규 앨범 [The Sunshine Beat Vol. 1]에도 변함 없이 적용된다. Prince에서 XTC, 10cc, KC and the Sunshine Band 등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팝의 정수를 자신들만의 사운드 안에 담고자 노력했다는 타히티80가 바로 그 새 앨범과 함께 오랜만에 한국을 찾는다. 오는 10월 8일, 다소 선선해진 새로운 계절의 바람과 함께 홍대 무브홀을 찾아올 이들. 변하지 않는 것, 아름다운 팝의 가치를 다시 한 번 한국 관객들에게 선사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