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가슴 따뜻하고 편안한
가야금 라운지 ‘여행’ 

공연의 구성

‘한국최초의 가야금오케스트라’로 출범한지 11년을 맞는 숙명가야금연주단이 올 가을 새로운 가야금 음악회를 준비하였습니다.

도착과 출발을 알리는 표지판이 쉼 없이 바뀌는 공항과 기차역, 항구의 라운지. 떠남과 만남의 이야기가 있고, 설렘과 기대, 회한이 뒤엉긴 그곳에 마음의 갈피를 헤집고 고즈넉하게 스며드는 가야금의 울림을 상상하며 기획한 가슴 따뜻하고 마음 편안한 ‘가야금라운지 콘서트-여행’입니다.

1부에서는 공연장 로비에서 반가운 이들과 만나 음식을 나누는 가야금 연주 파티로 진행되며 2부는 프랑스 파리에서 수학한 작곡가 조용욱의 신작 10곡이 박지용의 지휘와 열두 명의 가야금 주자들의 연주, 연주와 어울리는 아름다운 영상예술로 조화를 이뤄 첫 선을 보입니다.

정성이 담긴 음식과 마음을 울리는 가야금이 어울린 새로운 개념의 라운지콘서트에서 휴식과 평온을 누려보시기 바랍니다. 

‘라운지’ 스타일로 새롭게 탄생한 숙명가야금의 신곡

* 라운지 음악이란?
1990년대 중반부터 팝 음악의 대세로 자리잡은 일렉트로니카.
그 중에서 부드럽고 편안한 사운드를 지녔지만 그루브한 느낌은 그대로 지니고 있는
일련의 음악들을 라운지라고 말한다. 뉴욕, 파리 등의 도심 클럽에서 큰 인기를 얻 고 있고, 때로 재즈나 월드뮤직 등의 장르와 융합되기도 하며, 국내에서도 점차 큰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 장르다. 과격한 댄스나 시끄러운 트랜스 상태와는 달리, 침착 하고 부드럽게 젖어들 수 있는 일렉트로니카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가야금의 주 멜로디 외에 대금, 해금, 타악기가 어울리는 편안하고 세련된 앙상블이 특징
프랑스 파리에서 수학한 작곡가 조용욱이 작품을 썼고
지휘자 박지용. 디지털 스토리텔러 임소영. 그리고 숙명가야금연주단의 열두명의
가야금 연주자들이 함께 하는 초연작 무대.


각 곡의 해설
1. Kosmos
모든 것이 시작되는 곳. 모든 것이 시작되는 시간. 이곳에서 우리의 여행도 시작한다. 해가 뜨기 전 새벽녘의 푸르스름함은 미지의 느낌을 자아낸다. 문명이 시작할 때의 하늘도 바로 그 수줍은 푸르스름함을 간직했을 것이다. 세계가 열릴 때의 설렘이 푸르스름한 하늘과 어우러진다.
2. Echo
하늘과 맞닿은 곳, 가장 높은 곳의 파랑. 알프스 산맥 위 눈에 햇빛이 비추면 차가운 파란색이 비친다. 문명이 시작될 때부터 차갑던 파랑. 이 차가움이 만년의 세월을 거듭하여 만년설의 파랑을 만든다. 종소리와 함께 메아리처럼 떠돌다가 이 파랑은 알프스 산맥을 넘어 하늘 높이까지 울려 퍼진다.

3. 에머랄드 에이레
녹색이 감도는 푸릇푸릇한 눈은 대륙의 영광을 떠올리며 바다를 바라본다. 눈동자에 바닷물이 가득 담기면 입술로 흥얼거리던 멜로디를 관악기로 읊조린다. 눈이 푸르고 물이 푸른 곳에서 우리는 더 넓은 대륙을 향해 달린다.

4. Run
내리쬐는 태양과 달아오른 사막을 넘어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맞닥뜨린다. 열대우림과 사막 중간에 분포한 사바나. 암팡지게 자란 풀들이 우거진 삼림보다 더 강인해 보인다. 묵묵히 풀을 뜯는 피식자, 그들을 노리는 포식자가 눈을 마주치면 생존을 향한 뜀박질이 시작된다. 대초원을 가르는 심장 박동 소리는 태초의 생명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멈추지 않는다.

5. Boucle
긴장된 심장 박동 소리 후에는 어김없이 대지에 평온이 다시 찾아온다. 내일의 생존 전쟁을 예기하는 일시적인 고요. 고요한 하늘이 붉은빛과 섞이자 새파란 깃털의 열대 새가 하루의 마지막을 지저귄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대륙은 생명의 죽음과 탄생, 고요와 생동을 반복하며 영겁의 순환을 이어간다.

6. 물의 정원
해가 비추자 아프리카 대륙을 넘어 넘실대는 청록 물결과 바람. 짭짤한 향은 새로운 세계로 떠나고픈 발걸음을 자극한다. 이미 대륙을 벗어난 물방울에 몸을 맡겨 또 다른 대지로 향 한다. 청록 빛깔이 주위를 뒤덮어 잔잔한 가운데 물방울들이 방울방울 수면 위로 솟아오른다.

7. Bossa
새로운 대륙의 도심. 어느덧 대륙에는 문명의 이기가 들어섰다. 한낮의 흥분이 이울어지자 서늘한 바람이 몰려오고 새로운 물결(Bossa Nova)의 음악이 들려온다. 빌딩 유리에 푸르스레하게 반사된 더위를 식히는 차분한 멜로디다. 흥겹게 춤추던 이들이 서서히 자리에 앉아 고개로 리듬을 맞춘다.

8. 유리의 춤
조용한 축제 후 대륙의 남쪽에서 다시 시작되는 정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하얀 오벨리스크가 태양을 받아 퍼런 그림자를 드리우면 붉은 정열의 멜로디가 이어진다. 흥망성쇠 속에서도 이 멜로디는 계속되었고, 그림자의 퍼런색이 검게 물들 때까지 이 정열은 불타오른다.

9. 달의 바다
남극과 맞닿은 남빛 물살. 하얀 빙하를 넘어 서쪽으로, 서쪽으로 망망대해를 건넌다. 어느 바다보다 길고 험난한 여정이다.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린 대양의 한 가운데에서 새로운 땅을 밟기 위해 역동적으로 물살 친다. 세찬 움직임이 잠시 머물고픈 욕구를 채찍질한다.

10. 아리
드디어 보이는 땅과 여행 내내 함께 했던 하늘. 다시 당도한 가을 하늘은 높푸르다. 모든 것이 시작될 때 보았던 푸르스름함이 더 선명해졌고, 조용했던 하늘 아래는 시끌벅적해졌다. 꽉 찬 땅은 끊임없이 새로움으로 변화한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도착한 종착점. 하늘이 파랗게 머무는 한 이 여행이 시작되었던 이곳은 다음 여행의 출발지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