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진짜와 가짜의 경계에서 오늘날의 예술과 소비, 그리고 욕망의 관계를 질문하다.
영국의 대표적인 작가 ‘팀 크라우치(Tim Crouch)’는 연극이 현실을 재현하는 방식에 대해 꾸준히 탐색해왔다. 그는 최신작 <애들러와 깁>에서, 연극 특유의 놀이성과 허구성을 이용해 현대인들이 예술과 예술가를 어떤 방식으로 소유하고, 소비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자신의 예술작품이 자본주의 세계의 소모품이 되는 것을 거부한 예술가와, 그 예술가를 ‘연기’함으로써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유하려 하는 한 영화배우의 만남과 충돌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

“이제 사람들이 자넷 애들러를 떠올리면 나를 생각하게 될 거에요.”
어느 날 갑자기 대중의 시선으로부터 사라진 미술계의 문제적 커플 자넷 애들러와 마가렛 깁.
그리고 애들러의 삶을 가장 완벽하게 복원하고자 하는 배우 루이즈 메인!

주인공 루이즈는 자신이 오랫동안 흠모했던 예술가를 완벽하게 연기하기를 갈망한다. 이것이 그녀가 예술을, 그리고 한 사람을 소유하는 방식이다. 루이즈는 완벽한 ‘자넷 애들러’가 되기 위해, 그녀를 소유하기 위해, 기꺼이 진실을 파헤친다.

진실을 찾으러 애들러의 박제된 삶 속으로 뛰어들어간 루이즈는, 그곳에서 살아있는 ‘진짜’ 깁을 만나게 된다. 이후 애들러를 향한 그녀의 욕망은 점점 괴물처럼 변해간다.
애들러에 대한 욕망이 구체화될수록 루이즈는 진짜 애들러의 실체와 점점 가까워지게 되고, 연극 <애들러와 깁> 역시 점차 비사실적 형식에서 사실적 형식으로 변화한다.

줄거리

기이한 행동과 충격적인 작품으로 20세기 말 미국 현대 예술계를 뒤흔들었던 자넷 애들러와 마가렛 깁.
레즈비언 커플인 두 사람은 어느날 갑자기 ‘더 이상의 작품 활동은 의미 없다’는 선언과 함께 자신의 대표작들을 파괴한 후 세상을 등진다. 몇년 뒤, 애들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깁 또한 죽었을 거라 추정되지만 그 진실을 아는 사람은 없다.
2018년, 오래 전부터 애들러를 흠모하던 배우 '루이즈 메인'은 그녀의 삶을 영화화한 작품에 주연으로 캐스팅된다. 애들러를 ‘진짜'처럼 연기하기 위해 루이즈는 매니저 샘과 함께 폐허가 된 그들의 은둔지를 찾아간다. 그런데 버려진 폐가인 줄 알았던 그 집에서 살아있는 깁과 맞닥뜨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