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역사 속에서 반복되어 온 독재 폭정의 명제 : ‘인간 vs 괴물’ - 괴물이 항상 이긴다?

2012년 영국 최고 권위의 희곡상인 ‘로렌스 올리비에상’을 수상함으로써 얻은 명성에 더해 유럽과 미국에서의 흥행적 대성공까지 거둔 이 명작 코미디는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의 대숙청이 최고조에 달한 1938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20세기 러시아 최고의 극작가 ’불가코프‘와 그의 열렬한 팬을 자처하는 ’스탈린‘과의 운명적 만남을 다루고 있으며, 독재 폭정 아래에서 ’괴물‘에게 이끌리어 본의 아니게 대숙청에 기여하게 되는 비극적인 ’인간‘의 이야기를 진지하면서도 아주 재미있는 블랙코미디로 풀어낸다.

줄거리

스탈린의 대학살이 최고조에 이르던 1938년. 극은 미하일 불가코프와 그의 아내 옐레나가 사는 모스크바의 한 아파트에서 시작한다.

불가코프가 막 집필을 끝낸 희곡 ‘몰리에르의 생애’는 친구들로부터 걸작이라는 칭송을 받는다. 하지만 첫 공연을 막 끝내고 행복감과 성취감에 젖은 것도 잠시, 불가코프의 집에는 두 명의 비밀경찰이 찾아온다. 그들은 조셉 스탈린의 젊은 시절을 다룬 어용 연극을 쓰는데 협력하지 않으면 작품의 상연은 금지될 것이라며 불가코프를 협박한다.

불가코프는 거세게 저항한다. 그는 예술인의 양심에 따라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작품의 집필을 거부한다. 경찰의 협박이 심해진 상황에서도 불가코프는 글을 쓰는 시늉만 할 뿐 작품을 진전시키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불가코프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비밀스러운 그 목소리는 어느 지하철역으로 와서 터널에 숨겨진 문으로 들어오면 불가코프를 도와주겠다고 제안한다. 그 지시를 따라 크렘린 지하에 있는 어떤 방에서 불가코프가 마주한 사람은 조셉 스탈린. 스탈린은 불가코프의 작품에 감탄해 왔다며 그가 희곡을 쓰는데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타자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는 이는 스탈린이다. 그는 제정 러시아의 압제에 맞서 싸우는 영웅적이고 명예로운 지도자로 자신을 묘사하며 비밀경찰을 만족시킬 만한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스탈린이 타자를 치는 동안 불가코프는 공문서 작업을 하며 스탈린의 부담을 덜어준다. 이렇듯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전개되는 가운데서도 불가코프는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 상상도 하지 못한다.

마침내 희곡작업은 끝나고 숙청이라는 괴물은 친구들의 생명을 하나씩 집어삼키고 만다. 안타깝게도 불가코프가 한 일들이 스탈린 치하의 러시아 대숙청을 초래하는 데 이용된 것이다. 결과를 알게 된 후 불가코프는 죄책감에서 사로잡힌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불가코프는 결국 심장성 질환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