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 초대합니다. 

삼일로에는 깊은 역사적/공간적 의미가 깃들어 있습니다. 쭉 뻗은 삼일로의 언저리에는 민주화의 성지 명동성당과 향린교회가 있고, 개신교 보수화의 상징인 영락교회가 있으며, 한국 퀴어들의 문화가 오랫동안 이어져 온 종로 일대가 공존합니다. 삼일로는 민주화 항쟁, 소극장 운동, 퀴어 문화의 뜨거운 에너지를 품고 있습니다. 
그 한가운데, 자그마한 극장이 하나 있습니다. 소극장 운동의 산실, 삼일로창고극장이 칠전팔기로 올해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민간 소극장의 존폐 위기를 공공이 나서서 보호하는 최초의 사례입니다. 그렇다면 삼일로창고극장은 누구에게 열려 있는 것일까요? 무엇을 향해 열려야 할까요? 

우리는 감히, 이 극장을 봉헌합니다. 그동안 무대에서 밀려난 존재들에게, 차별과 혐오로 인해 죽임당한 이들에게, 편견과 폭력에 눌려 떠돌던 사람들에게, 이 역사와 열정이 깃든 삼일로창고극장을 바칩니다. 
우리는 이 봉헌 의식을 예배로써 거행하고자 합니다. 예배는 본래 (관객 참여형) 연극이자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제의적 퍼포먼스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대다수 교회에서 매주 갖는 예배는 본 모습이 사라진 채 형식만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오늘날 교회가 세상에 외면당하는 이유는 그들의 예배가 죽었기 때문 아닐까요? 
우리는 죽은 예배를 부활시킬 제사장의 위치에 퀴어를 세워보려 합니다. 기독교가 그간 배제하고 혐오했던 이들을 예배의 중심에 세운다면 그것이야말로 죽은 존재(예수)의 부활과 같은 사건을 발생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품어봅니다. 
예배가, 극장이, 연극이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춤을 추며 질문해보면 어떨까요? 혐오와 차별로 피 묻은 제단이 아닌, 사랑과 무지개가 흐르는 무대에 동참해주세요. 모두 극장에서 만나길 기도합니다. 평화가 함께하기를. 샬롬- 피쓰! 

* 공연중 혐오발언이나 공연방해 행동시 즉각 퇴장조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