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소통이 오가는 관계에 있어서 콤플렉스는 일방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남성이 여성을 바라보고 여성이 남성을 바라보는 것, 젊은이가 노인을 바라보고 노인이 젊은이를 바라보는 것,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바라보고 가난한 이가 부자를 바라보는 것. 타인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언제나 나의 욕망을 투사하지만 내가 감정을 지닌 만큼 타인 역시 인격과 감정을 지니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내가 나이기 때문에 타인이 마음대로 증오해도 좋은 존재가 아니다. 당연한 것인데도 우리는 가끔 어느 존재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존재함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한 손에 사람을 겨눈 칼자루를, 다른 한 손에 타인이 나를 겨눈 칼날을 쥐고 피투성이의 손으로 씩씩댈 것인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서로의 존재’에 대하여 이야기를 펼쳐보고자 한다.

(공연 중 다소 폭력적인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람 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줄거리

2019년 12월의 어느 날, 유명 유튜버의 계정에 잔혹한 집단 살인 영상이 업로드 되었다가 삭제된다. 장소, 시간, 피해자, 가해자, 살인 동기가 모두 불명인 이 사건에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오정민 형사는 영상 속 배경에서 자신의 고등학교 연극반 시절의 추억이 담겨 있는 것을 알아차린다. 어렴풋한 과거의 기억을 단서로 오형사와 그의 파트너 나형사가 어느 소극장에 당도하면서, 그 곳에서 오형사를 미리 기다리고 있던 고교시절 동창인 이유진 기자를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