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원작은 꽤나 두꺼웠고, 말은 지나치게 많았다. 거기엔 온통 페르귄트 그 자신뿐.
멋진 페르, 생각하는 페르, 용맹한 페르, 우울한 페르, 방황하는 페르, 실패하는 페르, 
페르귄트의 모든 것은 기록되어 이야기로 남는다. 
그리고 페르귄트가 내내 페르귄트로 사는 그 시간동안, 
솔베이지는 소녀에서 어머니로 성장한다. ‘솔베이지의 노래’만을 남긴 채. 
그러나 정말 솔베이지는 누구란 말인가? 하지만 우리는 알 수 없다. 
생각하는, 방황하는, 그리고 실패하는 솔베이지에 관해서는 쓰여지지 않았으니까.
그저 아름다운 노래로만 남았을 뿐. 
페르귄트와 솔베이지, 그리고 입센과 함께 지금 우리의 페르귄트를 재구성하면서 이런 질문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의 우리는 무엇을 말하고 말하지 않을 것인가. 
이 작업이 우리를 주물국자 속에서 건져 줄 수 있을까?

줄거리

<사계절연극제-페르귄트>
노르웨이의 국민작가 입센의 ‘페르귄트’를 재해석 한다. 원작과 관련한 인물들인
페르귄트, 솔베이지. 그리고 작가 입센의 삶을 통해 우리의 자아는 어떻게 형성되는지
화두를 던진다. 작곡가 그리그의 ‘페르귄트’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소리와 이미지의 의도적 과잉과 삭제를 통해 다양한 양식이 혼합된 공연을 선보인다.

<페르귄트 원작 줄거리>
마을의 허풍쟁이이자 거짓말쟁이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페르귄트.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유일한 사람은 엄마 오세뿐이다. 그러나 그런 오세마저 세상을 떠나고, 페르귄트는 자신을 찾기 위한 길고 긴 모험을 떠난다. 자신의 사랑 솔베이지에게 기다려달라는 말만을 남긴 채. 오랜 방황의 끝. 페르귄트는 자신을 데리러 온 단추공을 만난다.
단추공은 페르귄트에게 너 자신을 증명하라고 말한다. 그렇지 못하면 주물국자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아무 것도 아닌 놈들과 뒤섞여 주물국자 속에서 녹여질 순 없다고 항변하는 페르귄트. 자신에 대해 말해 줄 사람들을 찾아 나서지만 아무도 그를 증명해주지 못한다. 
결국 실패한 채 고향으로 돌아오는 페르귄트. 여전히 그 자리에서 자신만을 기다리는 늙어버린 사랑. 솔베이지를 본다. 그 품에 안겨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