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역사를 미래의 길잡이로 삼는다면 우리에겐 더욱 다중 거울로 과거를 봐야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많은 가마카제를 다룬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조선인 가미카제들은 한결 같이 함께 싸워준 협력자로서 그려지는 일이 많다.
이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들 역시 조선인 가미카제를 단선적으로 자신들의 현재 프레임에 가두어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해방 후 70여년이 흐른 지금, 암울한 시대에 힘 없는 땅에 태어나 불행한 최후로 삶을 마감했던 조선 청년들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여 보자. 우리는 과거가 놀랍도록 현재와 닮아 있음을 느낄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현재의 긴장 속에서 다시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전쟁의 소모품으로 삶을 마감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줄거리

1945년 봄 일본 가고시마현 치란의 조선인 식당. 그곳에 일본군 조종사 탁경현이 1년 만에 방문을 한다. 이곳 조선인 식당은 김유자라는 조선 여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그녀의 딸 마리, 그리고 남편 박성웅이 살고 있다.
마리에게 박성웅은 의붓 아버지이다. 박성웅은 대체로 이곳에 머물지는 않고 몇 달씩 밖에서 지내다 들르는 식이다. 식당 근처에는 일본군 항공기지가 있어 이곳에선 자주 비행을 하는 항공기 소리가 들린다.
항공 기지에서 하모니카로 아리랑을 연주하던 탁경현은 그 소리를 듣고 찾아온 또 한명의 조선인 조종사 최정근과 함께 다시 조선인 식당에 방문을 한다.
이곳에는 조선인으로서 일본군 조종사로 치란에 있지만 계속 소식이 없는 김상필을 찾으러 형인 김상열이 와있다.
조선인 식당을 헐어버리고 어묵 공장을 짓겠다는 박성웅에게 탁경현과 최정근은 올해까지 유지해 주기를 부탁한다. 이곳은 치란에서 그들이 마음 놓고 우리말로 얘기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최정근은 담배 밀수로 일본 헌병대에 붙잡혀있는 박성웅의 지인을 빼내어주고, 식당의 유지 약속을 받게 된다.
학교에서 착출 되어 일본군 특공대원의 마지막 출격 대기소에서 일하게 된 마리는 최정근과의 이야기 속에서 가미카제 특공대의 비밀을 듣게 되고,
최정근으로부터 일기장에 이곳에 방문했던 조선인 특공대원들의 이야기를 남겨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최정근은 김상필을 만나게 되고 그 소식을 형인 김상열에게 알린다. 식당에서 모두들 막걸리에 취해 춤을 추며 놀던 때 김상필이 찾아오고, 식당 안은 긴장감이 흐르다 난장판이 되어버린다.
탁경현은 내일이 자신의 출격일 임을 알리며 식당 안에서 슬프게 아리랑을 부르고 출격을 한다.
탁경현의 출격 이후 조선인 식당 안은 계속 우울한 분위기가 흐르고, 마리는 이전에 최정근이 약혼녀에게 보내려던 편지를 보게 된 일이 있는데 이후 자신이 전보로 최정근의 약혼녀를 직접 이곳으로 부른다.
최정근의 출격일이 다가오고, 최정근은 이곳을 드나드는 나머지 조선인 가미카제들에게 남기는 편지를 마리에게 맡기고 마지막 출격인사를 하지만 마리에 의해 잠들어 있는 약혼녀를 만나게 된다.
이후 4개월의 시간이 흐른다. 그 사이 나머지 조선인 조종사 민영훈은 도쿄로 김상필은 이곳에 남아 다가올 출격 일을 기다리고 있다.
도쿄에서 치란으로 다시 돌아 온 민영훈. 최정근의 약혼녀가 만들던 신사에 바치려던 인형으로 인해 오해가 발생하고 민영훈을 도쿄로 보냈던 것도,
김상필의 출격이 늦춰진 것도 최정근이 남겼던 편지로 인해 최정근이 그들을 살리려 했던 것임을 알게 된다. 출격을 하루 앞 둔 김상필은 살고 싶지만 도망칠 수가 없는 조선인의 상황에 절규하며 운다.
김상필의 출격 이틀 후 천황은 항복을 하고, 마리와 김유자는 조선인 가미카제의 영혼인 반딧불이들과 함께 조선으로 떠나고 박성웅은 쓸쓸히 홀로 아리랑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