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 보다 새롭고 강렬해진 <레이디 맥베스 2008>
<레이디 맥베스>는 씻김의 갈망과 죽음을 상징하는 오브제를 등장시켜 독특한 스타일의 표현양식을 선보이는 한편, 배우의 섬세하고도 강렬한 움직임을 통해 등장인물의 심리상태와 극적 긴장이 고조되는 ‘무브먼트 연극’ 의 색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또한 ‘‘눈을 감고도 느끼는 연극’ ‘귀가 들리지 않아도 공감하는 연극’을 표방한 부분에서는 회를 거듭할수록 더욱 극적이며 다채로운 오브제의 활용 및 끊임없는 음악적 실험과 퍼포먼스를 통해 특별한 무대미학을 구축한다. 이는 전편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신선한 감동과 충격을 관객에게 선사하고자 하는 연출가 한태숙의 신념이기도 하다.
■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어트린 파격적 무대디자인
<레이디 맥베스 2008>에서는 토월극장의 깊고 높은 무대위에 객석을 마련하여 관객들이 무대와 객석의 구분을 없앴다. 이는 무대 가까이에서 강렬하면서도 아름답고 진기한 이번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평소 무대 가까이 가볼 기회가 없었던 관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일 뿐 아니라 배우와 관객이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기존의 객석을 포기했다. 관객은 평소 자신이 앉아있던 객석을 무대위의 객석에서 바라볼 수 있어 마치 자신이 배우가 되어 극에 참여한 듯한 즐거운 착각을 경험한다. 무대디자인은 자타가 공인하는 베테랑 디자이너 이태섭씨가 맡았다.
■ 세익스피어의 한류(韓流)
이 작품의 원작인 <맥베스>의 작가는 바로 윌리엄 셰익스피어.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어 연극, 오페라, 무용 등의 모티브가 되어온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연출가 한태숙씨는 새로운 해석으로 한국에서는 최초로 2002년 폴란드 콘탁 페스티발에 공식 초청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는 문화와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국내용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는 한국 연극계의 새로운 이정표이며, 최근 아시아의 여러 작품 스토리를 헐값에 사들인 후 재가공하여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헐리우드의 영화의 예처럼 한국 연극이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 최고의 연출가와 최고의 출연진이 빚어내는 명품 연극
<레이디 맥베스 2008>의 백미는 역시 초호화 출연진. 레이디 맥베스 역을 하기 위해 배우가 된 듯한 서주희가 역시 5년 만에 레이디 맥베스를 맡았고 궁중의사와 맥베스 역을 감탄할 만큼 완벽하게 소화하는 정동환, 물체극의 연극성과 미술성의 조화를 절묘하게 이루어 내는 이영란이 원 맴버 그대로 무대를 지킨다. 또한 재즈와 정통음악을 넘나들며 우리나라에서보다 외국에서 더 명성이 자자한 ‘박재천’의 타악이 이번 공연에 가세하여 라이브로 연주하고 신예 홍승균, 권겸민이 레이디 맥베스를 압박하는 시종으로 나온다. 무대 미술가의 최고봉 이태섭의 무대, 한창 물이 오른 안무가 박호빈의 안무, 의상의 승승장구를 확인하게 해주는 김우성의 의상, 한태숙의 연출이 더욱 새로워진 2008 레이디 맥베스가 名品 연극임을 다시 한 번 확인케 해준다.
■ 2008년 놓치지 말아야 할 최고의 연극
<레이디 맥베스>는 예술의전당이 개관 20주년을 맞이하여 지난 1993년부터 2006년까지 예술의전당이 기획/제작한 총 49편의 연극 중에서 일반인 1,099명과 연극전문가 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우리시대 최고의 연극 조사 설문>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다. <레이디 맥베스>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독특한 해석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동시에 연극을 사랑하는 관객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겨 주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2008년 많은 관객들이 우리 연극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겠지만 단순히 흥행성적이 좋은 공연이나 외국작품을 선호하는 분들에게 한 차원 수준을 높여 <레이디 맥베스 2008>를 권하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 ‘결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줄거리
덩컨왕을 죽이고 등극한 맥베스와 그의 아내의 범죄행위는 레이디 맥베스의 이상한 증세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전의(궁중의사)와 시종들에 의해 밝혀진다. 극의 흐름은 전의가 몽유증세가 있는 병을 고치기 위해 그녀의 기억을 더듬어 끌어내는 과정을 축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구성으로 되어있다. 물체극을 위한 공연대본으로 씌여진 이 작품에는 오브제와 연극, 음악의 특별한 만남이 연극적 미학을 이루고 있다.
레이디 맥베스는 이미 모든 일이 기억 속에 묻혀있는, 그러나 남편을 시켜 저질렀던 범죄이기는 하지만 죄를 지을 당시를 재현하게 되면서 형벌과도 같은 죄의식의 고통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전의가 최면으로 레이디 맥베스의 기억을 하나하나 실타래를 풀듯이 풀어내기 시작하자, 레이디 맥베스는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죄의 속성인 은폐하려는 욕구를 드러내고 이들을 갈등으로 나타난다.
그녀의 살인행위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되자 마침내 여태까지 자신을 그토록 고통스럽게 하고 두려움에 떨게 했던 것들에 비로소 자신의 양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레이디 맥베스는 자신의 죄를 깨닫고 속죄를 갈구하며 마지막 생을 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