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세계적인 부조리작가
외젠 이오네스코를 말하다!

연희단거리패의 <코뿔소>는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하는 세계적인 부조리작가 외젠 이오네스코 탄생을 기념하는 부조리극 시리즈로 3월 게릴라극장에서 선보인 작품이다. 다소 딱딱하고 이해 되기 어려운 <코뿔소>의 텍스트를 보다 역동적이고 알아 듣기 쉬운 각색으로 좋은 평을 받았던 연희단 거리패의 <코뿔소>였다. 전후 부조리극은 세계연극사의 한 흐름을 형성하였고 한국연극계에도 70년대를 기점으로 부조리극을 비롯한 다양한 실험극 운동이 일어났다. 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열풍까지 가세하며 온갖 실험극이 난무하던 한국연극판에 이제 실험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작품은 좀처럼 찾기 힘들어졌다. 그 와중에 이오네스코의 대표적인 부조리극들은 서구뿐만 아니라 이 땅에서도 그 명맥을 잃지 않고 계속 공연되어 왔고 그 작품성과 동시대성을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집단 본능에 대한 맹렬한 풍자
이오네스코 작 / 오동식 연출<코뿔소>
1960년 [코뿔소]가 독일의 뒤셀도르프 초연에서 성공을 거두자 이어서 파리에서는 장 루이 바로 연출과 주연으로 오데옹 극장에서 공연되고, 영국에서는 오슨 웰즈 연출, 로렌스 올리비에 주연으로 로열 코트 극장에서 공연됨으로써, 이오네스코는 세계적인 극작가로 부각된다.
[코뿔소]는 그의 초기 작품들에 비해 주제가 뚜렷하여 이해와 공감이 쉬운 작품에 속한다. 이오네스코는 당시 전 유럽을 휩쓸던 나치즘의 집단 본능에 대한 맹렬한 풍자로서 이 글을 썼다고 한다.
한 평화로운 마을에 코뿔소가 등장함으로써 마을 주민들이 속속 코뿔소로 변신하는 가운데 그들 사이에 엇갈리는 경이와 공포가 코믹하게 전개된다. 그러나 유행병처럼 번지는 변신에 저항하는 한 소시민 베랑제의 투쟁은 소영웅적이면서도 희비극적이다.
그 동안 국내에서 소개되었던 이오네스코를 비롯한 많은 부조리 극은 관객들에게 외면당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 이유는 원작 텍스트에 대한 철저한 해석의 부제와 우리 실정에 맞는 적절한 각색이 없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번 우리극 연구소의 워크샵 과정을 거치면서 명확한 해석과 적절한 각색과정을 통해 선보이는 <코뿔소>는 흥미진진한 부조리극의 묘미를 제공할 것이다.

연희단거리패의 <코뿔소>
“사람들 틈에 끼어 산다는 게 힘들어.내 몸이 마치 무거운 납덩어리 같은 느낌이야 아니면 등에 다른 사람을 하나 없고 다니는 기분이고 . . .”
극중 베랑제 대사


이오네스코의 코뿔소에서는 화난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스트레스가 극도로
달할 때 증장하는 것이 바로 코뿔소다. 코뿔소가 등장하면서 이제 그들은 그들
스스로를 억제하던 본능의 욕구를 뿜어낸다. 욕하고 싶을 때 욕하고 식사 중에
방구를 껴대고 얼굴 맞대고 애기할 때 트림을 하고 아무 때나 입 가리지 않고
하품하며 마음껏 코를 골며 자고 조용한 주택가에서 큰소리로 고함치고 뛰고 달린다.
마치 자연의 짐승, 인간과 다른 모양의 뿔을 가진, 바로 코뿔소처럼. . .
모두가 코뿔소로 변할 때 베랑제가 마지막으로 남는다. 어쩌면 남은 것이 아니라
남겨졌다는 생각도 든다.마지막의 베랑제는 참 처참하다. 안쓰럽고 부끄럽다.
결국 베랑제가 남겨진 것은 우리에겐 희망이 아니라 현실인 것이다.
이대본을 읽어나가고 또한 고쳐나가면서 수많은 의미들과 싸우고 지우고 고쳐야했다.
‘뿔’의 의미,‘뿔의 개수’의 의미, ‘데이지’의 의미와 정치적 의미, 보따리와 뒷다리,
빠삐용과 표영신, 자?장, 위트와 위뜨......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언어에 대한 논리모순을 말함도 아니다. 그저 이런 말들이 헷갈린다는 것.
때로는 우리말들이 누군가를 아프게 하거나 화나게 할 수 있다는 것,
잘못된 말들 때문에 코뿔소로 변할 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