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마당놀이<이춘풍 난봉기>는 우리나라 고전소설인 <이춘풍전>을 토대로 우리의 현 사회상을 빗대어 각색한 풍자극이다. <이춘풍전>의 정확한 창작 연대와 작자를 알 수 없지만 조선 후기 작품으로 양반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 당시 사회상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낸 세태 소설이다. 경제적으로 무능하면서 주색잡기 등 온갖 방탕한 생활만 일삼는 춘풍이 기생의 유혹에 넘어가 가산을 몽땅 탕진한 뒤 지혜롭고 당찬 부인의 기지로 가정을 되살린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그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는 전형적 인물로 구성되어 있다. 허세와 위선이 가득한 양반의 모습과 돈이면 무엇이든 가능한 세상, 그리고 여성들이 억압받는 사회 현실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고 있다.
올해 공연하는 마당놀이<이춘풍 난봉기>는 이런 원작의 내용에 우리의 사회 현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이춘풍'으로 대변되는 잉여인간들의 모습을 풍자하고 점차 무디어져가는 우리 사회의 도덕적 가치관을 환기시키고자 하였다.
따라서 원작에는 없는 이춘풍의 아들을 새롭게 등장시켜 기성세대의 부패한 모습뿐 아니라 요즘 젊은이들의 나약하고 의존적인 모습을 함께 풍자하는 무대로 만들었다.
장기간 경기 침체로 인해 삶의 의욕을 잃고 노력하지 않으면서 쉽게 성공하고 쉽게 일확천금을 꿈꾸는 젊은이들이나 가진 것은 없어도 허세를 부리며 자신을 과시하는 기성세대 모두 21세기판 ‘이춘풍’과 다름없음을 이번 무대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였다. 또한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잃게 되는 것 중에 가장 큰 것이 도덕적인 해이에서 오는 가치관의 부재며 근면과 성실한 삶의 모습이 가장 바람직한 삶의 모습임을 많은 관객들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줄거리

조선 숙종 때 한양에 이춘풍이라는 인물이 살았는데 부모가 남겨준 수많은 재산과 어여쁘고 정숙한 아내를 두어 무엇 하나 부러울 게 없는 위인이나 태생이 놀기를 좋아하고 기방 출입을 제 집 드나들 듯 하는 천하의 난봉꾼이다. 슬하에 자식없이 지내던 춘풍은 나이 오십에 아들을 두었는데 그 이름이 이하운이다. 하운이 역시 제 아비를 닮아 나이 스물이 되도록 제 앞가림도 못하고 주색잡기로 세월을 허송하며 김씨 부인의 속을 썩인다. 하운이 스무 살 되던 해 한동안 잠잠하던 춘풍의 바람기가 도지고 아들 하운 역시 부모의 재력만 믿고 흥청망청 거리며 기방 출입을 일삼더니 두 부자의 방탕한 생활로 부모가 물려준 수많은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만다. 거렁뱅이 신세가 된 춘풍 부자는 잘못을 뉘우치고 아내에게 집안일을 다 맡기겠다는 각서를 쓰고 두문불출한다. 그 후 아내의 부지런한 손재주덕에 삯바느질로 어느 정도 재산을 모으자 춘풍은 본성이 발동하여 나랏돈 2천 냥을 빌려 장사하겠다며 아들과 함께 평양으로 가버린다.
평양에 도착한 춘풍은 장사는 뒷전이고 기생 추월에게 빠져 가진 돈을 몽땅 날리고 아들 하운 역시 개성 기생 매향에게 빠져 제 아비와 같은 신세로 전락한다. 오갈 데 없는 두 부자는 추월의 집 하인이 되어 구박을 받는 처량한 신세가 된다. 이 소식을 들은 춘풍의 아내는 뒷집에 사는 참판이 평양감사로 가게 되자 비장으로 써 달라고 청하여 남장을 하고 따라간다.
그리고 평양에 도착하자 춘풍과 하운, 추월을 잡아들여 매를 치고 추월에게 춘풍의 돈을 물어내게 한다. 집으로 돌아온 이춘풍은 먼저 돌아와 있는 아내 앞에서 돈을 많이 벌어 온 것처럼 허세를 부리지만 곧 아내가 바로 자신을 구해 준 비장임을 알게 되어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두 부자는 새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