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충(蟲)으로 붙여진 수많은 사람’
서로에게 충을 아무렇지 않게 붙이는 우리들의 무감각,
나아가 혐오의 무감각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충은 혐오라는 증상에서 발병하는 원인이며 각종 충을 붙이는 형상은 자연 발생한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형성된 감정이다. 사회문제의 기원이나 원인이 아니라, 발현이며 결과다. 증상을 관찰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지만 관찰에만 매몰되면 곤란하다.

‘우리는 혐오나 증오 그 자체를 사회악으로 지목해 도덕적으로 지탄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내는 진짜 원인들을 찾아내야 한다.’
- 카롤린 엠케, 『혐오사회』, 다산초당, 2017

연극 <충 (Insect societies)>은 혐오와 증오의 가해자들, 차별을 선동하는 집단을
섣불리 괴물화하지 않는다. 대신에 그것을 끝없이 분출하게 만드는 구조적 조건들을 나열한다.

연극이 시작하고 조각조각 등장하는 16개의 장면들은 연극이 끝날 때면 하나로 모아져 관객들의 머릿속에서 재구성된다. 또한 배우들의 목소리와 움직임, 말과 감정 등으로 독특한 무대 언어를 만들어내는 이번 작품은 극단 피사체의 또 다른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