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러시아 낭만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단편소설 <스페이드의 여왕>(1834년 발표)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젊은이의 욕망과 그 덧없음을 표현한 작품으로 차이콥스키의 오페라와 뮤지컬 <갬블러>의 원작으로도 유명하다.
이 작품이 180여년의 세월이 흘러도 여러 장르로 번안되며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작품이 주는 명확한 보편성, 즉 성공을 향한 인간의 욕망과 잘못된 선택이 가져오는 파멸이라는 주제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일확천금, 노력하지 않고 성공하는 삶에 대한 욕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갖고 있는 본능과도 같은 속성이다. 특히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고 여겨질 때, 아무리 발버둥 쳐도 주어진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느낄 때, 우리는 인생 역전이라는 비현실적인 성공을 꿈꾼다. <스페이드의 여왕>은 이러한 욕망에 사로잡혀 파멸로 치닫는 인간의 모습을 게임, 도박, 꿈, 오컬트 등 여러 가지 환상적인 소재들을 사용하여 다채롭게 그리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젊은이들에게 헛된 꿈을 꾸지 말고 성실하게 살아가라는 교훈을 주는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실체가 없는 욕망의 덧없음, 그리고 그런 욕망을 갖도록 내몰리는 씁쓸한 현실에 대해 작지만 또렷한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다. 인류의 역사가 흘러가는 동안 계속해서 반복되는 이 씁쓸한 현실에 대하여.

줄거리

러시아에 귀화한 독일 출신의 젊은 장교 게르만은 얼마 안 되는 유산과 월급을 절약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성실한 청년이다. 내면에는 일확천금과 도박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지만 그러한 욕망을 참고 그저 도박 패거리들과 어울리기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게르만은 동료 장교 톰스키로부터 그의 친척인 나이 든 백작부인이 젊은 시절 누군가에게서 카드게임에서 반드시 이기는 비책을 듣고 거액을 딴 뒤 도박에서 손을 뗐다는 소문을 듣는다.

게르만은 백작부인에게서 그 비밀을 캐내기 위해 백작부인이 후원하고 있는 가난한 여인 리자베타에게 접근한다.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여 천천히 마음을 열게 한 게르만은 이윽고 백작부인의 집에 몰래 들어가고, 침실에서 백작부인을 만나 카드게임의 비밀을 묻지만 실랑이 끝에 백작부인을 살해하게 된다.

며칠 후 게르만의 꿈에 나타난 백작부인은 리자베타와 결혼하라는 조건으로 그가 그토록 원하던 카드게임의 비밀을 알려준다. 일확천금의 성공에 눈이 먼 게르만은 그길로 곧바로 도박장에 나가 전 재산을 건 도박을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