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일제 강점기.
조선의 거리. 무대 양쪽으로 새로운 문명을 받아들이기 위해 자신의 몸에 못을 박은 듯 한 나무전봇대와 일제의 눈을 피해 호롱불을 연상케 하는 가로등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이도 저도 아닌 줏대 없는 모든걸 나타내고, 몰려오는 철통 같은 날카롭고 잔인한 어떠한 세력이 가슴을 시려오게 한다. 또한, 무대 한가운데는 일제에 의해 잘려나간 고목의 밑동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채로 쓸쓸히 그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는 애국자마냥 버터고 남아있다. 스스로 경고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있다. 무대의 의미는 여기에 국한되지 않고 극이 진행되고, 보는 관객의 시각에 따라 더욱 가슴에 와 닿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의상은 1930년대 조선의 거리에서 봤을 만한 누더기들을 걸치고 있다.
분명 한복이고, 분명 기성복들일 뿐이지만, 극중 인물들은 의상에마저도 자신의 생각을 담아 시련! 일탈! 자유! 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하련은 한복에 어울리지 않게 잔뜩 치장해 집시의상을 흉내 내었다.
공연 동안 나오는 다양한 소품 중 하련의 악기들은 거문고를 축소해 목에 걸고, 서양의 악기를 따라 기타를 만들어 역시 목에 걸고. 손가락엔 캐스터네츠를 끼우고 치렁치렁한 액세서리들로 온몸을 치장했다. 집시의 의미를 한층 더 부각시키기도 하지만, 공연을 더욱 아기자기하고 풍요롭게 만든다. 더 나아가 그 엉뚱함에 담겨있는 의미까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면 공연의 즐거움은 배가 될 것이다. 따라서 틈틈이 소품들의 의미를 맞춰보는 재미와 함께 자신만이 갖고 있는 예술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줄거리

1930 년 대 초, 집시의 예술, 자유를 표방하는 춤 꾼 하련,
재능 없는 화가, 장희,
일명 길거리 동상 예술가 고월이 거리에서 나름의 예술을 하다 서로 만나게 된다. 장르의 개념이 제대로 서지도 않은 시기에 이들은 당시로서는 전대미문의 시도들을 해나가는데 이를 이상하게 여긴 일본 순사가 끊임없이 의심하고 방해를 한다. 순사의 감시를 피해 그들은 우연찮게 엉뚱한 항일운동도 하게 되고 동시에 일제강점기의 백성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러나 집요한 순사에 의해 꼬리를 밟히게 되고 결국은 잡혀 들어가 고초를 겪게 된다. 천만다행, 먼저 풀려난 장희, 고월이 주동자로 지목된 하련이 형무소로 이감되는 것을 먼 발치에서 배웅한다. 세월이 흘러, 해방을 맞고 그들은 다시 만나 모처럼 자유롭게 공연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