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2009년 12월. 그들의 마지막 발걸음.
혜화동1번지 4기동인 페스티벌<단상전 斷想展>

2009년 12월 8일부터 2010년 1월 10일까지 대학로 실험연극의 본상인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4기동인 중 2인이 모여 <단상전 단상전>을 시작한다. 일정한 코드 없이 각기 다른 메시지와 표현으로 동인 개개인의 개성을 살리는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페스티벌은 연출 박정석(극단 바람풀 상임연출)의 <크리스마스 캐럴>(원작 김영하)과 연출 김혜영(극단 유정 상임연출)의 <사막에 눈이 내릴꺼야>가 공연되며 혜화동1번지 4기동인 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2006년 3월 <대학로 콤플렉스>를 시작으로 <미스터리가 수상하다>, <나는 연극이다>, <극장전>, <마피아 게임을 하다>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기획과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온 혜화동1번지 4기동인 페스티벌은 이번으로 6번째를 맞이했으며 동인 중 일부만이 참여한 페스티벌은 4기에서는 처음이었고 3기에서 역시 ‘단상전’이라는 이름으로 페스티벌을 진행한 바 있다.

대학로, 김영하가 돌아왔다.

극단 바람풀의 작품 <크리스마스 캐럴>은 화제의 작가 소설가 김영하의 단편 ‘크리스마스 캐럴’을 각색한 작품이다. 소설가 김영하는 <검은 꽃>, <보물섬>, <빛의 제국>, <퀴즈쇼>,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등의 작품을 통해 일상 속에 자리하고 있는 다양한 문화적 코드를 소설로 끄집어내 각종 문학상을 휩쓸면서 독자는 물론 평단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작가 중 한명이다. 2009년 신시컴퍼니의 <퀴즈쇼>, 2010년 연극열전의 <오빠가 돌아왔다> 등의 작품으로 독자는 물론 관객의 시선까지 한 몸에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어느 날, 집으로 배달된 크리스마스 카드로 이야기가 시작 된다. 진숙이라는 인물의 죽음을 중심으로 성과 사랑에 관한 냉소적이고 이기적인 시선과 사랑에 대한 과도한 집착, 그리고 그로 인한 죄의식, 가족에 대한 책임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이중적 사랑의 코드, 욕망과 사랑의 복합적인 메시지를 연출 박정석 만의 색깔로 풀어낼 것이다.

연출 김혜영이 보는 대학로이야기

열정과 활기로 가득찼던 대학로가 점차 건조하고 매마른, 상업적 공간으로 변해간 것은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연출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겪고 지켜본 대학로, 우리시대 연극판의 이야기를 그녀만의 화법으로 하려 한다.
혜화동 동인 중 가장 움직임에 집중하는 괘적을 보여왔던 연출 김혜영은 이번 작품에서 실제하는 사막의 이미지라기 보다는 배수관이나 터널과 같은 통로의 이미지를 이용해 차갑고 건조한 사막의 이미지를 구연하는 이미지 움직임 극을 만들 예정이다.
연출 스스로의, 그리고 오늘날 대학로 연극계의 현실과 미래를, 모두가 힘들다 말하는 오늘에 “연극”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물음에 답하는 작품이 될 것이다. 철저한 경쟁체제에 살아 남아야 하는 오늘의 현실을 바라보는 김혜영의 시선은 비단 그녀 혼자만의 것은 아닌 많은 연극인들이 공감하는 이야기가 될 것 이번 작품은 20~30대 젊은 연극인의 생각을 들어보는 앙케이트 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또 섬세하게 연극인의 감성을 찾아 갈 예정이다.

작품의도

대학로가 마치 오아시스 없는 사막 같습니다. 나만의 신중하지 못하고 짧은 생각일까요? 신자유주의의 광풍을 대학로 역시 피하지 못하고 사람의 찐한 땀 냄새보다는 비릿한 돈 냄새를 정신 줄을 놓고 킁킁거리는 것이 요즈음의 대학로 모습인 듯합니다. 만나는 연극계 동료들은 이젠 정말 연극하기가 어려워 졌다고 불평을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연극하기’란 무엇일까요? 단지 희곡과 연출, 배우 그리고 스태프들이 만드는‘공연하기’만을 말하는 것일까요? 또‘어려움’이란 무엇일까요? 단지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아니 최저생계에도 미치지 못하는‘배고픔’을 말하는 것일까요?

아닐 겁니다. ‘연극하기’란 우리의 ‘삶’이 되어야 하고 ‘배고픔’은 삶에 대한 지혜와 우주를 아우르는 철학에 대한 ‘허기’라고 되새김하던 때가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그런데 현실은 연극은 물론 문화를 상품으로 생산하라고 채근만 합니다. 이쪽과 저쪽을 비교하고 경쟁하게 만듭니다. 어느 날 살아서 건너보자 마음먹은 사막이 그야말로 죽음의 사막으로 다가 왔습니다.

도대체 ‘오아시스’는 어디 있지? 있기는 해? 왜 나만 여기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거지? 다들 어디 있는 거야? 자, 드디어 조금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고 다시 앞을 향할 때입니다. 나와 연극은?...그리고 ‘나’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로 확장시켜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이번 작품은 이런 고민을 가까운 동료들과 함께 나누는 시작을 위한 것입니다. 정말 듬직한 이들이 있어야 함께 ‘사막’을 건널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암담한 대학로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지금 젊은 연극인들입니다. 바로 우리가 사막의 ‘연금술사’들입니다.

우리가 힘을 합치면 사막에 눈도 내리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줄거리

경주마들이 멈추지 못하고 앞만 보고 계속 달린다. 그러다 자신들도 모르는 새 어느 사막까지 오게 된다. 거칠고 황량하기 그지없는 사막. 벗어나려고 죽어라 걸어보지만 계속 제자리를 맴돌 뿐이다. 더위와 목마름 또 추위로 탈진한 인간들이 하나둘씩 쓰러져 간다. 견뎌야 산다. 하지만 언제까지일까. 언제쯤 여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벗어날 수 있기는 하는 걸까? 다들 의식이 가물가물 해질 때 하늘에서 내려오는 물 한 컵. 한 사람이 마셔도 턱도 없는 이 물로 여기 모든 이들의 갈증을 해소할 수는 없다. 그럼 어떻게 하면 모두가 물을 마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