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그때 변홍례’는 1931년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 변홍례 하녀가 희생되고 확증이 있는 범인은 처벌받지 못한 ‘부산 마리아 참살’ 사건에 관한 작품이다.
먼 이야기 같지만, 태어난 시기로 보자면 본인의 할머니와 같은 시대의 한 사람이다.
‘변홍례’라는 이름이 있지만, 일본어로 부르기 쉽게 ‘마리아’로 불린 한 사람의 이야기다.
어단비 작가가 치밀한 극적 이야기로 써주었고, 연습과정에서 자료를 모을수록 그 사건의 객관적 기록이라 할 수 있는 기사나 법정 기록 자체에 점점 의심이 들었다.
희곡이 그 사건을 중심으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가공의 창작 작업이 필요한 것처럼, 그 시대의 기사 또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하지 못하고 있었다.
20살에 사라진 한 사람 ‘변홍례’에 대하여 얼마나 진실하게 다가 갈 수 있을까?
실제 사건과 연출은 얼마의 거리를 유지해야할까? 그사람의 심정을, 상황을! 권력과 욕망의 뒤틀린 문제로 제기된 최근의 움직임으로 우리 자신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보게 되었다.
각 인물들의 욕망이 잘 드러난 희곡이기에 준비 과정에서 배우로서, 그리고 스텝으로서 욕망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싶었다. 욕망을 가진 생명체들이 세상을 ‘지옥의 세계’로 만들기도 하고 동시에 인류가 지금까지 지나온 ‘전쟁과 번영의 역사’이기도 하다. ‘무엇인가를 가공하는 창작자’로서 스스로 질문하고 싶었다. ‘욕망’이 실제 사건을 얼마나 숨기고 변형시키는지. 사실이 그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간단한 가십이나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로 끌어들이는 직업인의 태도에 대하여. 먹는 ‘사과’를 화가는 왜 그림으로 그려야하는가 그 이유를 찾고싶었다.
더 나아가 가공의 색감과 형태를 변형해야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결국 ‘사과’와 ‘그림 속 사과’사이에 존재하는 우리의 욕망에 대하여 찾아보고 싶다.

줄거리

때는 1931년 7월 31일 오전 세시 경 부산 초량철도대교 집 하녀 침실.
변홍례가 잠든 방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무엇을 하려고 처녀가 잠든 방의 문을 열었는가?
그것은 마리아의 방문을 연 자만 알 것이다.
경찰은 증거 하나 없는 이 사건을 ‘괴이하다.’ 생각했다.
직접적 사망 사인은 질식사. 질식사 외에도 가슴과 입술에 물린 자국이 선명했고 복부에 석 차례 뾰족한 무언가에 찔린 자상이..
근데 도대체 과연 누가 죽였을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