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핸드폰이 울리면 경기를 일으키듯 관 속 같은 지하 단칸방으로 몸을 움츠리던 그때-
백 년도 더 된 러시아 젊은이 이야기의 시작점에 지금의 우리가 보였다.
흰 종이에 쓱삭이며 묻어나갔을 연필의 흑탄은 심장 박동처럼 살아있었고,
단 한 명의 인간에게 뿜어나오는 문장들은 요동치는 소리 그 자체로 느껴졌다.
그때 들려온 그 소리를 읊어보기로 했다.
조심스레 판을 열어 음을 얹고 걸음을 얹어본다.
<죄와 벌>은 그렇게 판소리와 만났다.

줄거리

법대생 선호는 학비가 없어 휴학한다. 방세는 몇 달씩 밀려 있고 당장의 끼니도 해결하지 못하는 고단한 상황 속에서 악명 높은 ‘다맡겨전당포’ 주인을 눈여겨본다.
착하고 똑똑한 사람들은 돈이 없어 죽어 가는데 늙고 사악한 인간은 돈을 움켜쥐고 있는 현실에서 극도의 모순을 느끼고 자신의 세계관 안에서 정의란 무엇인가 끈질기게 고뇌한다.
자기능력과 가족애를 무력하게 만든 가난이라는 현실 안에서 자신을,
인류를 구원하고자 도끼를 집어 들고 전당포를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