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연극 <수탉>은 주인공 은호가 어린 시절 맞닥뜨린 수탉에 관한 이야기이다.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이 제일 즐거운 시골 어린이 은호와 어느 날 갑자기 앞마당에 나타나서 무자비한 힘을 과시하며 위계질서를 강요하는 수탉과의 갈등. 이러한 갈등의 양상은 누구나 한번쯤 성장하면서 겪는 경험이다. 때로는 한 사회의 구성원이 집단으로 겪는 극단의 경험이기도 하다. 피할 수 없는 갈등의 상황 속에서 느끼는 두려움이란 일상에서나 드라마에서나 엄청난 장애물이다. 또한 두려움은 인간의 영혼을 주눅 들게 하는 강렬한 심상으로서, 통치의 수단으로 끊임없이 창작, 재생산 되어 유포되었다. 작품 <수탉>은 두려움, 이것을 통해 용감한 영웅을 만들기 보다는, 자신의 존엄과 행복을 위해 두려움에 한발 다가서는 인간의 본성과 정신에 초점하였다. 수탉의 무대에는 세 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모노드라마의 배우처럼 스토리텔러가 되어 모든 대사를 연기하는 주인공 은호, 넌버벌 액션을 펼치는 은호의 적수 수탉, 그리고 이야기 전체를 아우르며 라이브로 극적 긴장감과 아름다움을 고조시키는 악사가 그들이다. Verbal, Non-varbal, Music은 3명의 공연자에게 각각 다르게 부여한 언어이자 표현 양식이다. 이 충돌과 융합의 형식은 대결과 갈등이 도드라진 이야기를 더욱 강력하게 발전시켜 기괴함에 익살과 재치 그리고 해학이 공존하는 인상적 미학을 극대화한다.

줄거리

아카시아 향기가 가득한 1980년 5월의 어느 날, 은호의 집에 수탉이 나타났다. 수탉은 오자마자 은호의 집에서 기르던 닭들의 우두머리가 되었고, 강아지를 공격하고, 은호와 은호의 동생들을 겁주며 마당 전체를 정복한다. 은호는 수탉이 무섭지만 마당을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다. 마당은 은호와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호 혼자만으로는 수탉을 어쩌지 못하고 부모님도 은호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므로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은호는 수탉을 제압하기 위해 동네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았으나 참담한 패배를 맛보고 더욱 두려움에 시달린다. 고민 끝에, 은호는 수탉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기대하며 굴욕적인 타협을 시도하지만 오히려 수탉에게 무시와 경멸을 당하자 수치심에 빠져 괴로워한다. 복수심에 불타오른 은호는 수탉과 결투를 벌이는데…….

캐릭터

은호 | 자연을 벗삼아 실컷 뛰어 노는 게 제일 좋은 어린이. 엉뚱하고 산만하지만 감성이 풍부하고 섬세한 소년이다.

수탉 | 서열1위 닭이다. 그는 잔혹하고 야비한 쌈닭인 듯 하면서도 때론 찬란하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생명체이다.

악사 | 봄의 정령이며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안내하는 뮤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