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사랑에 빠지면 판단력과 두려움 등을 관할하는 뇌의 한 부분이 비활성화 된다!” 영국의 한 인지신경학 연구소에서 얻은 실험 결과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상대하고 있을 땐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입니다. <미사여구없이>는 사랑인지 아닌지 모를 두 남녀의 지극히 개인적인 연애담을 그립니다. 한 번의 즉흥적인 섹스를 벌인 남녀가 치열한 설전을 벌이게 되면서 결국 헤어지고 맙니다. 십년 후 각자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다시 만난 이 둘이 결국 다시 사랑의 밀어를 나누게 된다는 얘기를 담습니다. 중요한건 서로가 서로에게서 위안을 바라고 있는 건지, 단지 섹스만을 원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십년의 세월. 미묘한 입장 차이가 생긴 동구와 서현의 대화, 그 둘만의 말(言)은 그렇기 때문에 파도처럼 잘게 부서져 사라지기도 하고, 어느새 다시 회오리처럼 공격적으로 돌진합니다.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대도 본질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사여구없이>는 본질을 잊은 채 서로의 욕망을 두고 설전을 벌이는 남녀를 통해, 아무리 이성적으로 이해하려 들어도 비합리적인 관습적 지배, 관념적 지배를 벗어날 수 없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립니다. 희극의 힘을 빌어 불안하고 음울한 그들만의 연애담을 재치와 입담으로 얼버무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줄거리

“섹스 후 주섬주섬 옷을 걸치는 男女가 있습니다. 상처를 줄 수도 있는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결국 서로 헤어지게 되는데요.그리고 둘은 각자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우연찮게 男女는 다시 만납니다. 이번에는 그 수많은 말들이 어느새 사랑의 밀어로 둔갑합니다. 결국 섹스를 위해 둘은 하나 둘 서로의 옷을 벗기며, 연극이 끝나는 겁니다. 사랑 비스무리 한 어떤 감정을 가지고, 불안하고 음울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려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