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피아노계의 살아있는 역사, 마르타 아르헤리치
최근 알프레드 브렌델이 은퇴를 선언했고 호로비츠, 굴드, 박하우스, 리히테르, 길레스, 미켈란젤리, 루빈슈타인 등 20세기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거장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현존하는 피아니스트 중에서 전설이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은 폴리니나 마르타 아르헤리치 뿐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아르헤리치를 만나는 것은 피아노계의 한 역사를 만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마르타 아르헤리치에게는 화려한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힘과 기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카리스마와 열정을 지닌 아르헤리치는 건반 위에서 단지 위대한 피아니스트일 뿐이다.
아르헤리치
슈만은 수많은 피아노 걸작을 남겼다. 그 중 클라라 슈만이 초연한 a단조 피아노 협주곡은 슈만의 심장에서 우러나온 연서이고 아르헤리치가 한국 관객에게 보내는 사랑의 고백이기도 하다. 아르헤리치가 한국 공연을 위해 선택한 슈만 피아노협주곡은 청중을 감동으로 휘몰아가는 열정과 투명하면서도 정교한 기교를 능란하게 결합해내는 아르헤리치의 거장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곡으로써 아르헤리치의 피아노 인생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의미를 가진다.
지금까지 아르헤리치가 클라우스 텐슈테트,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리카르도 샤이 등 수많은 명지휘자들과 출시한 음반만도 8종에 이르며 실연 횟수는 셀 수도 없을 정도이다. 정명훈과도 2001년 프랑스 파리에서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과 함께 슈만 피아노 협주곡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고 도이치 그라모폰 프랑스에서 음반을 출시하기도 했다. 아르헤리치에게 있어 슈만 피아노 협주곡은 바로 일생의 작업, 즉 라이프웍(Lifework)인 것이다.
이번 공연은 브람스, 슈만을 거쳐 차이코프스키의 절창, 교향곡 6번 ‘비창’으로 마무리된다.
역사적인 순간으로의 초대
‘아르헤리치의 연주를 듣는 것은 언제나 역사적인 순간에 동참하는 것’(르 피가로 2006. 12)이라 얘기될 만큼 20세기 최고의 거장으로 군림하고 있는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1941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1957년 3주 간격으로 열렸던 두 개의 국제 대회(제네바 국제 콩쿠르, 부조니 국제 콩쿠르)우승, 1965년 쇼팽 국제 콩쿠르 우승으로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로서 부동의 명성을 확립했다. 그리고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협연과 독주무대를 줄이고 다른 많은 아티스트들과의 실내악 연주에 주력해오고 있다.
아르헤리치와 정명훈, 우리시대 최고의 지휘자와 함께 하는 20세기 피아노계의 마지막 거장 마르타 아르헤리치 공연은 바로 역사적인 순간으로의 초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