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20세기가 막 시작되던 1903년, 하와이에서 태어난 첫 번째 조선여자아이가 있다. 훗날 그녀는 중요한 역사현장에 언제나 있었지만 제대로 평가되거나 조명된 적이 없었다. 하와이에서 조선, 상해와 블라디보스토크. 일본. 헝가리. 미국. 체코. 수없이 바다를 건너며 3.1운동과 레닌혁명, 대공황과 태평양전쟁, 해방공간과 한국전쟁. 격변하는 시대의 소용돌이를 온몸으로 마주했던 현 앨리스. 조국 해방을 향한 열정이 뜨거울수록 망국자이자 이방인이고 경계인이었던 그녀는 점점 위태로워진다. 남한에선 공산주의자로 추방되고 북한에선 미국의 간첩으로 내몰린 현 앨리스, 시대가 낳고 시대가 버린 한 여인의 슬프고도 가슴 먹먹한 여정을 담아본다.

줄거리

무대 위, 작가는 100년을 거슬러 역사 속 한 여인을 소환한다. 북한에서 처형될 때 마지막 진술의 기회조차 없었던 현 앨리스. 그녀를 위한 해원의 자리기도 하다. 현대를 사는 우리가 묻는다. 왜 혁명가가 되었나? 무엇이 그토록 뜨겁게 살게 했나? 짧은 결혼 후, 유복자로 낳은 아들에게 어떤 엄마이고 싶었나? 출생부터 이국적이고 다중적인 그녀가 마주한 3.1운동과 상해에서 만난 혁명의 바람은 어떤 의미였나? 해방 후, 미군복을 입고 육군소위로 조국에 돌아오는 감격도 잠시, 몇 달 후 조국에서 추방될 때, 어떤 심정이었나? 마지막까지 그녀가 놓지 않았던 ‘내 나라’. 과연 그녀는 그 ‘나라’를 만났을까? 소용돌이치는 세계사 한복판에서 너무나 간절했기에 비극이 되어버린 역사 속 한 여인의 삶. 참 이상한 나라를 꿈꾸며 뜨겁게 살았던 앨리스가 들려주는 이야기. 그 속에 담긴 울림 혹은 진실의 한 자락 무대에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