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순간을 담아내는 핸드폰 카메라의 셔터소리, 어디론가 떠나는 기차소리, 안정감과 불안감은 동시에 주는 시계소리, 수갑 채우는 소리, 주머니 속에서 동전이 찰랑 거리는 소리.
사람들은 다들 어딘가로 떠난다. 예전에 그랬든, 지금 그렇든, 그럴 예정이든, 해묵은 과거를 정리하기 위해서, 현실의 아픔과 잠시 거리를 두기 위해서, 기분 전환을 위해서,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짐을 챙기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햇살을 마주하며 기차, 혹은 비행기, 혹은 버스에 몸을 실은 그들을 따라가 보자. 혼자서든, 가족이든, 연인이든, 친구든, 혹은 낯선 이든 누구와라도 좋다. 그들이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것을 함께 만나보자. 그것이 주는 즐거움, 아픔, 기쁨, 슬픔, 분노, 불안감, 당신을 살아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그 모든 순간들. 함께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면, 이 이야기는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의 여행과 만남으로 채워질 것이다.

줄거리

새하얀 눈꽃잎이 창가에 어른거리는 계절의 오후. 기차역 플랫폼. 사람들은 모두 각자 어딘가로 향한다. 아가를 데리고 엄마와 함께, 오랫동안 소통하지 않았던 외가댁으로 향하는 여자와 연인과의 추억에 잠겨있는 한 청년과 혼자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책임에 짓눌린 소녀 또한 수많은 삶 속에 섞여 기차를 타고 울산에 도착한다. 누군가는 기억들을, 누군가는 사랑을, 누군가는 꿈과 젊음을 주먹 속에 꾹 구겨 쥐고. 이들은 각자의 시간 속에서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것들과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