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이것은 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은하계 제국에서 랑데부>는 삼성전자의 산업재해 피해자, 피해자 가족, 노동조합 탄압 피해자들과의 현장 연대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공연입니다. 현장에서 여러 분들을 만나며 생각했습니다. ‘왜 누군가는 내가 필요한 물건을 만들다가 병에 걸려야 할까?’ ‘왜 누군가는 병에 걸려 죽어가면서도 가족에게 돈을 벌어다 주지 못한다고 미안해해야 할까?’ 우리는 누군가가 아프고 죽어갈 수밖에, 죽어가면서도 미안해할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듯합니다.
이 공연이 처음 제작되기 시작한 2018년 초와 지금의 상황은 다소 다릅니다. 회사는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보상을 시작하였고, ‘반올림’은 천일 넘게 유지된 강남역 8번출구 앞 농성장을 철수했습니다. 사내에는 노조가 생겼으며, LCD 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린 한혜경 님은 10년 만에 산재 피해자로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은 것들이 있습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 망가진 몸, 남겨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겪은 시간들. 이 공연은 되돌릴 수 없는 기억의 조각들, 지금까지 나의 것이 아니었던 이야기들과 출연자들의 이야기들이 모여 만들어졌습니다.

줄거리

페이를 받고 부모님께 용돈을 드린 수연, 매일 만화방을 드나들며 라면을 먹던 호현, 조카와 함께 잠을 깨며 아침 뉴스를 본 선우, 더운 나라에서 거실을 가득 메운 흰개미 떼를 만난 윤경. 이들은 각자의 기억들로부터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공동의 기억으로 옮겨간다. 이 과정 중에 세월호 참사, 산업 재해, 노조파괴, 해고, 농성, 시위 등의 이야기들, 평소에는 잘 들리지 않지만 이 사회에 분명 존재하는 이야기들을 하나씩 체화해 발화해본다. 자신의 안전한 자리에서 벗어나 타인의 위험천만한 자리에 가보기 위해, 타인의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 내 안에서 타인을 발견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