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조각보 하나씩 덧대듯 꿰매어진 이 시대 여자들의 삶”

2010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부터 14일까지, 극단 이후의 창단공연 <여자 이야기>가 대학로 정보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침향>으로 제1회 차범석희곡상을 수상한 김명화 작가가 작품을 쓰고 동시에 연출을 맡았다.
<여자 이야기>는 고단한 하루를 살아낸 여섯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유능한 커리어우먼, 화사한 주부, 변신에 능한 연극배우, 백화점의 여직원, 화끈한 백수, 이십대의 인턴.
커리어우먼은 집에서는 아이와 출근전쟁을 벌이고, 회사에서는 부당한 처우에 자신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살아남으려고 고민한다. 인턴은 사회에 내딛는 첫 발걸음을 거짓말과 함께 시작해야 한다. 백수는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한 채 쌓인 스트레스를 엉뚱한 곳에서 풀게 된다.
무대는 현실과 내면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면의 방에서 이루어지는 고백과 외침에는 현실 세계에서 친구와의 수다로도 다 풀 수 없었던 여자들의 고민, 히스테리, 꿈과 욕망 들이 담겨 있다.
극단 이후는 이화여대 총연극회 출신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극단으로, 첫 공연 <여자 이야기>에서 다른 누가 아닌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했다. 오랜 준비기간 동안 인터뷰와 상황극, 글쓰기를 통해 모인 여자들의 삶의 조각들은 작/연출을 맡은 김명화의 손에서 덧대고 꿰매어져 독특한 무늬와 질감을 가진 조각보로 완성되었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삶을 치열하게 버텨내고 있는 이 시대의 여자들에게, 공연 <여자 이야기>는 애틋한 공감과 따스한 위로의 손을 내밀고 있다.

줄거리

- 프롤로그

1. 아침.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출근해야 하는 커리어 우먼. 그러나 아이가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는다. 유치원에 가기 싫다는 아이를 달래다 화가 난 여자는 문득 시장통 부침개 좌판에서 엄마를 기다리던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다.

2. 인터뷰 1. 영화기획사 인턴이 설문지를 돌린다. 영화 내용과는 별 상관도 없이 자극적이기만 한 설문 내용이 한심스럽지만, 어쩌랴. 미래 영화 프로듀서의 꿈을 위해 버티자.

3. 백화점 1. 보석매장 직원이 매장을 준비하며 수다를 떤다. 화사한 주부가 다가와 보석을 고르자, 찌질한 백수는 직원에게 외면 받는다.

4. 취조. 보석 살 때 내밀었던 카드가 도난카드로 신고되어 주부는 보안실에서 취조를 받는다. 신분을 증명하라는 재촉에 남편과 통화를 시도해 보지만 학회차 일본에 간 남편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5. 카페테리아. 연극배우가 친구를 기다리며 대본을 읽고 있다. 한쪽에 앉은 찌질이는 오늘의 운세를 읊는다. 이때 주부가 나타나 연극배우와 서로 수다를 떨지만, 마음 속 깊은 얘기는 꺼낼 수가 없다.

6. 인터뷰 2. 인턴이 카페에 앉아 설문지를 정리한다. 공백으로 남은 답변을 채워가던 중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임신을 알린다. 그러나 공부 중인 남자친구는 대책이 없다.

7. 연습실. 연극 <메디아>아 캐스팅되어 메디아의 대사를 읊어보는 연극배우. 그러나 사실 자기는 늙은 유모역일 뿐이다. 시시하게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 이제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중년의 나이.

8. 백화점 2. 찌질이가 집요하게 물건을 골라대며 직원을 힘들게 하고, 결국 너 같은 애들 때문에 자기가 백수라며 분통을 터트린다.

9. 영화기획사. 승진에서 물 먹은 커리어우먼이 사표를 쓰고 선배와 우울한 전화통화를 한다. 이때 들어온 인턴에게 잔소리를 퍼붓는 커리어우먼. 설문지를 조작했다는 걸 알고는 더더욱 몰아댄다.

10. 만남. 도난카드 사건으로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주부와 마음 상한 찌질이가 우연히 만난다. 담배를 빌리며 건넨 이야기로 서로의 상태를 조금 짐작하고, 뜻하지 않은 말을 건넨다.

11. 밤. 하루 종일 굶은 인턴이 늦은 저녁을 먹고, 백화점 직원은 탈을 만들며 마음을 달랜다. 전세금 빼서 여행 가자는 인턴의 제안에 정신 차리라는 직원의 따사로운 대꾸.

12. 꿈. 여섯 여자들이 몸을 뒤척이며 꾸는 저마다의 꿈들.

-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