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2005년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수상한 연극을 영화한 <다우트>(Doubt)의 원작자로 더욱 유명한 극작가 존 패트릭 샌리 (John Patrick Shanley). <다우트>에서도 메릴 스트립 (엘로이셔스 수녀 역)과 세이모어 호프만(플린 신부 역)의 대립이 두드러졌던 것 처럼 이번 극단칠꽃이 선보일 <대니 앤 더 딥 블루 씨>(Danny and the Deep Blue Sea) 또한 강박적으로 폭력을 일삼는 29살 대니와 근친상간의 죄의식으로 괴로워하는 31세 싱글맘 로베르타의 대면으로 시작합니다. 이 연극의 부제인 “아파치 댄스 (An Apache Dance)”가 그러하듯, 대니와 로베르타의 대화는 호전적인 춤을 추어 승패를 겨루는 양 공격적이기만 합니다. “Between the Devil and the Deep Blue Sea”라는 진퇴양난의 상황을 연상케 하는 연극의 제목은 대니로 치환되는 악마를 선택할 것인가,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이 무섭도록 깊고 푸른 밑바닥 같은 삶을 선택하느냐 하는 둘 중 무엇을 선택해도 나아질 것 없는 여주인공의 선택지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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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로부터 소외당했다는 환멸과 분노에 휩쌓여 병적인 폭력과 폭언으로 스스로의 고립을 더욱 심화시키는 대니.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를 온순하게 길들이는 방법이었던 아버지와의 성행위로 인해 수치심과 죄의식으로 괴로워 하는 로베르타. 이 둘은 역설적으로 끊임없이 믿고 의지할 만한 상대를 찾고 대화하기를 갈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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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타의 방은 폭력의 도구로서의 성 경험이 혼재되어 상흔의 공간이 되어버렸지만, 그 안에서 둘이 나누는 대화는 동경과 공감이 있는 세계로 가는 매개이고 정신적 위안을 얻게 하는 촉매입니다. 그 세계에서 로베르타는 장미향이 가득한 정원에서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이고, 대니는 턱시도와 보우타이를 맨 근사한 신랑이 됩니다. 둘의 대화 속에서 로베르타가 대니에게 전하는 진귀한 고래꿈 이야기는 더욱 주목할 만합니다. 로베르타가 꿈 속에서 해수면 위로 힘차게 뛰어 오르던 고래 이야기를 하는 순간 만큼은 섬세하고 순수하며 생명력 넘치는 로베르타의 내밀한 힘마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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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 연극의 제목에 대한 해석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마음이 기우는 해석은 대니가 로베르타의 꿈에 나온 깊고 푸른 바다 속 고래일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대니를 만난 후의 로베르타가 마주하는 현실은 많은 것이 달라질 수는 없어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삶일 테니까. 로베르타는 ‘깊고 푸른 바다에 고래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까’.

- 드라마트루기 장혜선

줄거리

늦은 밤, 브롱스에 위치한 BAR. 두 개의 테이블 위로 조명이 비추고 있다. 손과 얼굴에 싸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대니, 자기혐오에 빠져 강박적으로 폭력에 의존한다. 10대 아들을 둔 이혼녀 로베르타, 폭력적인 아버지와의 성행위에 대한 수치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분노와 자기경멸로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대니와 로베르타. 역설적으로 두 사람은 간절히 대화를 갈망한다. 깊고 푸른 그 밤, 마침내 둘은 그들만의 ‘언어’로 어색한 혹은 서툰 대화를 시작한다. 어긋나는 소통. 폭력과 고성이 오가는 격렬한 대화. 피아노와 더블베이스가 만들어내는 JAZZY한 선율 위로, 로베르타와 대니의 이야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