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두 차례의 지구촌 대전쟁 이후 형성된 사람들의 세계관을 반영하듯 문학, 예술의 부조리라는 사조가 형성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작가가 사무엘 베게트일 것이다. 그의 작품들은 거의 전부가 <폐허>를 다루며 죽어가는 인간군상을 내세운다. 그러면서도 몇 개의 장편연극들은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세계각지에서 공연되어지는 이유는 아마도 강렬한 <연극성>과 더불어 연출가의 각색이 없더라도 희극으로 혹은 비극으로 연출되어질 수 있는 특징 때문일 것이다.

이번 작업에서는 <휴머니즘>을 전달하고자 했다.
스토리로서가 아니라, 배우들의 성격연기를 보고난 후 관객들의 관점에서 발견되어지기를 기대한다. 오늘날 한국의 연극무대가 대체로 일상적 리얼리즘이나 시사적 문제의식을 다룬다면, 이 작품은 인간의 실존을 <연극적>으로 구현하고 싶다는 욕심도 함께 하면서…

줄거리

쓰레기통에 유폐된 늙은 부부, 하반신마비의 주인공, 그리고 절뚝거리는 하인이 버어와 같은 장소에서 비스킷 몇 조각으로 삶을 영위한다. 바깥 세상은 이미 폐허가 되었고, 오도가도 못하는 그들은 시간의 권태를 이기기 위해 계속해서 관념적인, 가학적인 유희를 만들어 낸다. 주인공은 얼핏 작가인듯한 느낌을 주지만 자신의 고통속에 침잠하여 하인을 괴롭히고, 하인은 언젠가는 이 상황에서 탈출하기를 꿈꾸지만 실행하지 못하고, 두 노인부부는 끝없이 추억을 반추하면서 서로 따뜻하게 위로한다. 그러나 그 모두의 미래는 계속 절망적이다. 그들의 관계는 혈육일 수도 있고, 사회적 계급을 상징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단순히 인간세계의 축소판 풍경이기도 하다. 유희가 지속될수록 점점 더 암울한 세계관만 남게 되고 마는데… 그러다 문득 황폐한 세계 가운데서 ‘살아있는 소년’을 발견하게 되는데 하인은 거기에서 마지막 희망을 붙잡고자 한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 기대마저 무너뜨린다. 마침내 하인은 그곳을 떠나려는 차림새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