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우리는 모두 우리 자신의 인생에서 이 대지 위에 처음 발걸음을 떼게 될 때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 첫 발걸음에 대한 추억은 그 발자국을 경축하기 위해 경이로운 시선으로 이제 막 한 발을 이 땅 위에 내디디려는 아이의 시도를 숨을 죽이며 바라보는 부모의 몫이다. 이렇게 경이로운 직립보행의 역사를 겪은 아이는 드디어 건각을 드러내며 마침내 질주하게 되고, 이 숨막히는 열정의 질주는 인간 보편이 꿈꾸는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정향되어 우리를 살아있게 하고 또 도전하게 한다. 이렇게 희망과 꿈을 향한 질주의 역사는 그가 뗀 첫 발걸음으로 그 기원을 가지며, 그 발자국을 기억하는 시선의 경이로움은 내내 그것을 목격한 이들의 가슴 속에 남아 가슴 벅차게 그들을 응원하게 한다. 극단 「인스피라」의 창단공연 '허스토리'는 위의 내용에 부합하도록 대중과 소통하려 한다.

줄거리

노래방 도우미 은지, 하영, 경숙, 정실은 각자의 삶의 이야기를 가지고 노래방에서 함께 일을 하고 있다. 대목을 기대한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오후부터 내린 눈이 100년만에 내린 폭설로 쿄통도 손님도 모두 끊겨 버렸다. 오도 가도 못하게 된 4명의 여인은 다음 날 아침 첫 차를 기다리며 휴게실에 앉아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캐릭터

하영 | (30대) 대학 졸업 후 곧바로 회사에 취직해 성실히 일하며 살았다. 한 번도 부모님 속을 썩여본 적 없는 착한 큰 딸이다. 서른 살 생일을 맞아 혼자 떠난 유럽배낭여행에서 남자(윤석)를 만났다. 그 남자와 함께 보낸 유럽의 밤이 너무 아름다웠다. 황홀했다. 하룻밤의 꿈처럼 여행이 끝나는 날, 둘의 관계는 끝이 났다. 한국에 돌아와 몇 달 뒤 임신사실을 알게 되었고 수차례 산부인과 문턱에 가, 없었던 일처럼 지우려고 했으나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가족들에게 임신 사실을 고백 후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르겠다고 선포한 날, 태어나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맞았다. 양손으로 정신없이 얼굴과 뺨을 때리는 아버지는 울고 계셨다. 마음이 너무 아파 얼굴이 아픈지도 몰랐다. 배가 더 불러 사람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조용히 회사를 나왔다. 미혼모, 싱글맘으로 당당히 사람들 앞에 서 있을 자신이 없었다. 확인해 보진 않았지만 기업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직원으로 아마 권고사직 대상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가 태어난 후로 얼마간은 하영의 가족들에게도 웃는 날이 더 많았다. 그러나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지시고 난 뒤, 어머니 혼자 힘들게 병간호를 도맡아 하셨고, 얼마 안 되는 연 금으로 생활하시는 부모님께 더 이상 짐이 될 수가 없었다. 퇴직금도 점점 바닥이 드러났고, 일을 해야만 했다. 밤에 아이를 재우고 난 뒤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노래방 도우미를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꿈이 생겼다. 어느 정도 목돈을 마련하면 호주로 이민을 가는 것이다. 그곳에서라면 적어도 한국에서처럼 따가운 시선을 느끼며 죄인처럼, 내 아이 또한 불행한 가정의 아이로 낙인찍히며 살진 않을 테니까. 가끔씩 한밤에 깨어 엄마앓이를 하는 아이에게 전화가 오면, 일하는 중에도 달려 나가 자장가를 불러준다. 일이 끝나면 아이 때문에 퇴근하기 바쁜 하영은, 반년 넘게 일하면서도 그곳 도우미들과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일하랴, 아이 키우랴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있는 하영은 일하는 시간 외엔 도우미들과 말도 잘 섞지 않아 까칠한 캐릭터로 오해받는다.

신부님 | (30대) 크리스마스에 우연히 노래방으로 들어오게 되고 도우미들에게 사랑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