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우리에게는 기쁜 젊은 날이 있었다. 꽃다운 시절은 지났지, 라는 중년의 푸념 속에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거세된 가능성과 줄어들어만 가는 인생의 선택지들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회환과 체념이 녹아있다. 가끔 꿈틀거리는 꽃다운 시절의 찌꺼기들은 삶에 천착한 합리성의 무게로 밟아 눌러주면 또 당분간은 흔들림 없이 살아갈 수 있다. 그러다 그것이 고개를 드는 주기가 길어지고 또 망각의 힘을 적절히 빌면 마음속의 파랑새는 겨우 죽어주는 것이다.
우리의 이야기는 꽃다운 시절을 지나 그늘지고 시들어버린 중년 남자의 삶에서 시작한다. 배우가 되고 싶었던 남자, 하지만 때가 되어 가정을 꾸리고, 청춘을 보내고, 그렇게 아버지가 되어버린 남자. 그의 이야기를 통해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혹은 지금도 달려가고 있는 꿈의 경사면에서, 삶의 어딘가에서 지금의 나를 돌아보고, 가족을,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으면 한다.

줄거리

40대 후반의 남자 김재일. 그는 한 때 배우를 꿈꿨으나 현재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살고 있다. 평범한 그에게는 특별한 친구이자 애증의 괴물같은 존재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애쉬’! 애쉬가 늘 그의 곁을 따라 다니고 있다는 특이사항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재일과 함께 배우를 꿈꿨던 친구 일주가 자살한다. 늘 진짜 인생을 살지 않고 있다고 느끼는 재일의 일상을 부수는 통렬한 한 마디를 남긴 채...
그의 죽음을 시작으로 재일은 이제 자신의 남은 인생과 가족을 걸고 애쉬와 마지막 내기를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