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1996년 미타니 코우키가 쓴 <웃음의 대학>은 실제 존재했던 한 선배작가에 대한 헌사로 태어난 작품이다. 극중 희곡작가 '츠바키 하지메'의 모델이 바로 일본의 전설적인 희극 왕 에모토켄이치가 만든 극단 '엔켄'의 작가 '키쿠야 사카'다. 키쿠야는 검열이라는 혹독한 상황 속에서 엔켄의 전성기를 뒷받침 해 준 장본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작가로서 가장 빛날 시기에 군대에 징집되어 코미디에 대한 꿈을 품은 채 35살이 나이에 사망했다. 이는 <웃음의 대학>의 마지막 장면과 매우 흡사할 뿐 아니라 작가의 죽음을 암시하기도 하는데, 작가 츠바키가 군대 징집 소식을 검열관에게 알리며 마지막 경례를 하는 장면에서 진심으로 서로가 교감을 나누며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키쿠야가 남긴 대본은 지금도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현재 일본 최고의 희극작가인 미타니 코우키는 본인 스스로도 선배작가에게서 많은 영감을 얻었고 그에 대한 헌사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지극히 한정 된 공간, 밀실의 미학으로 태어난 2인극 <웃음의 대학>
<웃음의 대학>은 1940년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관객에게 보여지는 장소는 '검열실'이라는 공간으로 극히 한정적이다. 그 한정적인 공간에서 작가는 발단, 전개, 갈등, 절정, 결말의 모습을 두 캐릭터의 교감으로 확실히 보여 줄 뿐만 아니라 권력에 대한 암시까지 담고 있어 공연의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그러나 이런 극적인 장점은 2004년 <웃음의 대학>의 영화화를 앞두고 미타니 코우키 스스로도 “영화화는 어렵다”라고 얘기 할 만큼 영화제작과 성공에 대한 확신의 걸림돌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2004년 선보인 영화 <웃음의 대학>이 공연 이상으로 성공을 거두어 대본자체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전란의 시대, 민중에게 가볍기만 한 웃음을 선사하는 희극을 모두 없애버리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검열관과 어떻게든 공연을 올리기 위해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면서도 '웃음'의 고집을 꺾지 못하는 작가, <웃음의 대학>은 이 두 사람을 통해 시대가 만드는 예술, 권력도 꺾지 못하는 창작에 대한 열정, 그리고 감동으로 승화하는 웃음의 코드를 절묘하게 이용하여 '극본 창작자들의 교본'으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웃음의 대학>은 유쾌한 희극이며, 감동적인 찬사이며, 희망 어린 메시지이다.
<웃음의 대학>은 '미타니 코우키'가 웃음을 통해 세상을 긍정하기도, 부정하기도 하면서 삶과 세상을 변주하고 있는 그의 작품세계가 잘 들어나는 대표작이다.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는 해프닝과 그에 따른 웃음이 스며들어 있지만 단순히 재미만을 드러내지 않는다. 바로 이것이 그의 작품에 '웃음의 철학'이 담기는 이유다. <웃음의 대학>의 주인공인 검열관과 작가는 단순한 '대응'에서 '교류'로 발전하면서 이야기는 한층 앞으로 나아간다. 단순히 '권력을 지닌 딱딱한 인물'과 '유약한 실무자'의 관계로만 이루어졌다면 이 극본은 예술가의 지루한 자기한탄으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권력'에 맞서 '웃음'이라는 코드로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두 사람 관계의 끊임없는 변화를 만들어내어 멋진 메시지를 지닌 수작으로 탄생되었다. 그가 남기는 마지막 메시지는 강하게 가슴을 울린다. 특히 한번이라도 창작에 관한 꿈을 불태워 본 사람이라면 더욱 강한 울림을 느낄 것이다. 뜨겁게 타인을 선동하거나 이끌지는 않았지만, 신념을 가지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갈 줄 아는 사람, 타인의 웅성임이나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자신을 믿을 줄 아는 한 멋진 영혼에 관한 최고의 찬사이다. 그리고 그러한 영혼은 어떠한 굳어버린 영혼도 변화시킨다. 이것이 미타니 코우키가 이야기하는 '웃음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