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왕서개 이야기>는 2018년 ‘초고를 부탁해’에서 발굴된 작품으로 ‘칼 같은 날카로운 필력,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피해를 입은 생존자에 대한 세밀한 관찰’ 이라는 평을 받으며, 2019년 ‘서치라이트(Searchwright)’를 통해 낭독공연 된 작품이다. 2020년 공동제작 공모에 선정되며 시즌 프로그램으로 다시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르게 된, 남산예술센터의 제작 시스템을 모두 차례로 거친 작품이다.

극에 등장하는 왕서개는 가족사의 비극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로, 극은 그의 복수의 여정을 통해 1930년대에서 1950년에 이르는 세계사적 아픔을 보여준다. 가해자들을 만나는 그의 여정은 긴 세월 묵혀온 복수이며, 동시에 진실을 얻고자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가해와 피해의 역사는 모든 것이 숨겨지기를 바라는 듯, 모두 지난 이야기 라고 말하며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은 진실을 알고자 한다.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 앞에 가해의 역사는 무엇을 말 할 것인가 그리고 복수를 완성한 피해자는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이 작품은 질문을 던진다.

줄거리

“이제 말에서 내려온 그들은 무엇을 말 할 수 있을 것인가”
1930년대 만주에서 가족을 잃은 왕서개는 전쟁이 끝난 후 왕겐조라는 이름으로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에서 물건 배달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는 오늘도 지속적으로 거래해오던 일본인 이치고의 집에 배달을 간다. 이치고가 늘어놓는 말들에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며 물건을 전달하는 그에게 이치고는 한번도 물어본 적 없던 그가 항상 지니고 다니는 낡은 궤짝에 대해 묻는다.
이치고의 그 물음을 시작으로 왕서개는 지난 21년간 한번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던, 그가 한 순간도 잊은 적 없던 그 질문의 답을 찾아 21년 전 ‘그날’ 5마리의 말 위에 앉아 있던 그들을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