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시간이 필요했다. 뒤엉킨 마음에 손을 뻗기까지.”
<계절을 잃은 숲>은 강간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여정을 그린 마임이다. '피해'라는 말에 압도되지 않기 위해 수많은 생존자의 이야기에 얼굴을 담그고, 낯설지 않은 고통은 그냥 견디는 것이 낫다고 중얼거리는 자신을 일으킨다. 짓눌리고 으깨지는 감각에 멈춰버렸던 기억의 조각들에 손을 뻗어, 안온함을 찾은 듯 한 순간에 내던져지고 모멸을 끌어안아야 빛이 보였던 시기를 직면한다. 도망치는 몸과 마음의 방향을 돌려세워준 것은 예기치 못한 환대와 침묵을 거부한 여성들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