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이 작품은 거창한 담론을 설파하거나 장황한 연극성을 강요하지 않는다. 요란하게 재주를 피우지도 않으며 관객의 흥미를 역동적으로 충동하는 어떠한 장치도 없다. 그저 우리 주위에서 늘 일어날 법한 일상적 다툼과 적당한 비루함이 잔잔하게 펼쳐질 뿐이다.
그러나 이 잔잔함은 묘한 패러독스와 부조리를 동반한다. 인물들은 일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갈등 속에서 충분히 예상할 법한 감정을 드러내지만 어느 순간 관객은 이들이 토해내는 삶의 부조리, 역설, 희화성에 뒤통수를 맞는다.
다소곳이 앉아서 조곤조곤 속삭이지만 그 속삭임은 그 어떤 현란한 수사보다 관객의 뒤통수를 때리고 그 어떤 요란한 장광설보다 관객을 정신없게 만든다.
일상을 통해 날카롭게 찝어내는 삶의 부조리와 인간존재의 페이소스가 예라하게 살아있는 이번 작품은 보는 관객의 마음 한쪽에 “긴 여운”이라는 감동을 선물할 것이다.

줄거리

너무도 유쾌했던 기쁜 우리 젊은 날! 민영은 십년 째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고시생이다. 그런 민영을 지연은 십년 째 뒷바라지 중이다. 지연은 점점 지쳐간다. 그러나 민영은 여전히 태평세월이다. 어느 날 지연은 그런 민영에게 다 때려치우고 공무원 시험이라도 준비하라고 역정 낸다. 우재는 신인 연극배우이다. 이제 극단에 들어가 시작하는 새내기이다. 당연히 연극에 캐스팅 되기도 쉽지 않지만 설령 캐스팅 된다고 해도 잠깐 등장하는 단역뿐이다. 우재는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 은선이다. 그러나 은선이는 시인(인지는 확실치 않은) 인주를 좋아한다. 우재는 그것이 괴롭다. 학교선배인 민영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지만 민영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우재에게 공짜 술이나 얻어 마시는 꼴이다. 인주는 자칭 시인이다. 그가 어떤 경로로 시인이 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단지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된 시집이 있으며 평소 제법 시인인 척 그럴듯하게 행동한다. 인주는 시 모임에서 만난 선화를 좋아한다. 겉으로는 시를 가르치는 선배처럼 굴지만 속은 뻔하다. 선화를 좋아한다. 성격이 개방적인 선화는 가끔 취기가 오르면 인주에게 몸을 허락하기도 한다. 어쩜 그거 때문에 인주가 선화를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최근에 인주는 거머리처럼 들러붙는 은선을 차버렸다. 애까지 떼게 한 후 말이다. 은선은, 말했듯이 우재가 좋아하는 여자다. 그러나 역시 말했든 은선은 인주를 좋아한다. 시인의 분위기를 풍기는 인주의 지적인(척 하는) 모습에 반해 몸과 마음을 바쳐 인주를 사랑한다. 인주를 위해 다이어트도 하고 평소 안 읽던 시집도 사서 읽는다. 심지어 뱃속의 애도 지웠다. 물론 인주 애다. 그러나 결국 인주에게 버려진다. 선화는 시를 공부하는 여자다. 시 모임에서 인주를 만나 몇 번 같이 어울렸고 몸도 섞었지만 선화는 인주의 속물근성과 허위의식을 꾀뚫고 있다. 어느 날 선화는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다. 그러나 선화는 시 자체가 굉장히 웃기는 글이고 시를 쓰는 거 자체가 독자에게 사기 치는 것이라 생각한다. 당선 된 날 밤, 선화는 인주의 영혼을 죽여 버린다. 말로써 인주의 의식을 난도질 한다. 그리고 선화는, 시를 포기한다. 이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누구의 친구, 혹은 누구의 후배, 선배 하는 식으로. 이 얼키고 설킨 젊은이들은 오늘도 서로에게 상처주고 또 상처받는다. 그들은 암담하고 비루한 현실을 그렇게 거칠고 격정적으로 살아낸다. 어딘가에 혹시 존재할 파랑새를 찾아서 말이다. 과연, 파랑새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