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우리의 전통 민속기원제인 달집태우기 제례를 배경으로 지방색 짙은 생생한 방언 구사와 함께 등장인물의 빼어난 성격 묘사가 일품인 이 작품은 잃어버렸거나 잊혀진 우리의 원형의 모습을 밝게 비쳐주는 창작희곡의 수작이다.
달집의 성간난할머니는 극성스러운 여인이다. 오랜 세월을 두고 온갖 어려움에 부딪치면서도 억척스럽게 살아오면서 눈물과 한숨을 의지와 집념으로 극복해온 여인이다. 그의 의지와 고집은 때론 우리를 당황하게 하지만, 그것이 그 여인의 어렵고 슬픈 생활 속에서 터득한 지혜라고 생각한다면, 가난하고 무지한 그 여인을 탓할 수가 없다. 우리는 오히려 가슴 아픈 마음으로 성간난 여인의 절규에 귀 기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달집>을 통하여 일제치하, 해방 이후 미국과 소련의 점령치하, 그리고 6.25 공산치하에서 겪었던 시련을 통하여 우리 할머니와 그의 어머니가 겪었던 비극을 보여주고 싶었다. 일제로부터 한국전쟁까지의 긴 민족적 수난을 겪은 여인 3대의 생애에 초점을 맞추어 인물 간 감정의 절제와 고양을 통하여 그 비극성을 부각시켜 보고 싶다.

줄거리

제1막
1951년 음력 정월 대보름의 이틀전,
지리산의 가까운 산촌의 장날 저녁. 70고개의 성간난 노파가 작은아들 창보(큰아들은 일제때 징용에 끌려나가서 사망)와 손자며느리 모자(순덕과 소년)를 데리고 살아간다. 창보는 그의 아내가 연전에 호열자로 죽어서 홀아미 몸. 간난노파에게는 두 가지의 보람이 있다. 하나는 군대에 나갔던 큰손자 원식(순덕의 남편)이 허리만 조금 다쳤는데 이제는 의병제대가 돼서 곧 돌아온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멋모르고 빨치산이 된 작은손자 만식의 무사 귀환을 기다리는 일이다. 그런데 동네이장이 한 사실을 창보에게 귀띔한다. 빨치산 만식이가 간밤에 이웃마을에 나타났더라고...

제2막 - 제1장
대보름의 초저녁, 간난노파가 두 손자들의 전승을 축원하고 있다. 그러나 창보는 이미 빨치산 만식의 주검을 확인하였고 뒤 이어 빨치산의 습격, 황소와 돼지 등의 가산을 야탈 당하고 순덕이와 창보는 납치돼 간다.

제2장
이튼날 새벽, 창보와 순덕이 집에 돌아 오나 이미 순덕은 욕을 당한 뒤의 일이다 간난노파는 이를 용납할 수가 없고 단호히 그녀의 가출을 명한다. 그러나 창보가 이를 완강히 반대하고 나섰다. 간난과 창보와의 큰싸움, 마침내 참다 못한 창보는 그 어머니의 치부를 폭로하고 만다.

제3막
약 3시간 뒤, 원식이 의병제대로 돌아 왔다. 허리를 다친 것이 아니고 봉사가 돼서, 그리고 이튼날 아침 순덕이 또한 당산 나무가지에 목매달아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하지만 간난노파는 요지 부동이다. 곧 새봄이 오면 서둘러야 할 농사일을 먼저 채근하고는, 그날따라 늦잠이 든 증손자인 철부지 소년을 턱없이 꾸짖어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