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아름다운 시절의 슈만의 음악은 부드러운 산들바람 같다. 이 바람 속에 들뜬 기쁨이 울려 퍼진다.
슈만의 음악은 우리들에게는 더 없이 매혹적이고, 날아오르게 하고, 한없이 사랑스럽다.
우리들은 이 매혹적인 작곡가를 위협하고 집어삼킨 깊은 어둠, 그 밤을 알기에,
그의 음악을 더 사랑하게 된다.
헤르만 헤세 (역: 재불음악평론가 김동준)

2008년 메시앙, 2011년 리스트, 2013년 슈베르트, 2015년 스크랴빈과 라흐마니노프, 2017년 베토벤, 그리고 2019년 쇼팽. 건반 위의 구도자라는 무거운 타이틀 아래 혼신을 다해 작곡가의 내면을 파고든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2020년에는 낭만주의 대표 작곡가이자 낭만음악의 대가 로베르트 슈만을 선택했다.

개인의 자유와 감성을 존중했던 낭만주의 음악의 절정, 슈만. 피아노라는 악기를 누구보다 열망하고 사랑한 그는 피아노를 위해 많은 소품들을 남겼다. 출판업자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문학 재능과 타고난 상상력을 자유로이 풀어놓은 그의 음악세계는 정해진 음악 형식을 벗어나 깊은 곳에서부터 묻어나는 열정과 인간 본연의 감정에 집중한다. 시적인 환상과 풍부한 꿈으로 가득한 선율 속에서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비르투오소적 드라마를 끌어내는 슈만 만의 서사는 음악이라는 존재의 존엄성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그가 스쳐 지나간 행복과 슬픔, 빛과 어둠, 고통과 환희 등 수만 가지의 감정이 음악이라는 바람을 따라 슈만이라는 한 사람을 조심스럽게, 그러나 온전히 내보인다.

사랑에 빠지게 되면 상대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에 따라 그 사랑의 농도가 짙어지거나 옅어지곤 한다. 그리고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관객들이 이번 리사이틀을 통해 슈만을 더욱 가까이에서 만나고 그와 짙은 사랑에 빠지기를 소망한다. 사색적이면서도 강인한 음악을 선보여 온 그의 슈만은 어떤 농도의 낭만으로 우리를 물들일지 〈백건우와 슈만〉에서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