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롤드 핀터의 <귀향>은 한 가정에서 일어나는 남성과 여성의 세력 다툼을 통해 정치권력의 축소판을 제시하면서 남성 중심으로 규정된 성에 대한 도덕적 가치관에 도전하는 여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1965년 런던에 있는 앨드위치 극장(Aldwych Theatre)에서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The Royal Shakespeare Company)에 의해 처음 공연되었다. 지금은 많은 비평가들이 핀터의 걸작이라고 칭송하지만, 초연 당시에는 매춘, 근친상간 등 충격적인 내용 때문에 극도로 불쾌하고 난해한 극이라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극은 런던에서 롱런 한 뒤 미국으로도 진출하였다.

엄마가 집을 나간지 20년 째. 집에 남겨진 가족들은 엄마의 공백을 온 몸으로 견디며 회의와 갈등, 서로에 대한 원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가족들은 언젠가 엄마가 돌아와서 무너진 집안의 질서를 다시 세워주길 기대하지만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엄마는 오늘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집을 나갔던 첫째가 엄마를 꼭 닮은 며느리를 데리고 돌아온다. 가족들은 엄마를 닮은 며느리를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지만, 한편으로 각자가 원하는 엄마의 역할을 해줄 수는 없음에 아쉬워하고 분노한다. 불편한 상황 속에서 집안 분위기에 답답함을 느낀 며느리가 잠깐 산책을 나간다. 그 사이 잠에서 깬 둘째가 며느리의 등장을 눈치 채고 그녀를 온전히 엄마로서 집에 머무르게 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