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소프라노 고미현 교수의 제29회 독창회가 2021년 1월 22일(금) 오후 7시에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다. 이번 연주는 ㈜코스모스악기가 주최하는 <스타인웨이 초청연주회 시리즈 2021>의 일환이다. “여인의 삶과 사랑”이라는 큰 주제로 열리는 이번 음악회에서 고미현 교수는 슈만, 이영조, 조성기, 그리고 레쿠오나의 작품들을 연주하며, 코로나로 인해 지치고 피곤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치유의 시간이 될 것이다. 또한 본 연주회는 오페라뱅크 허철 단장의 유튜브 채널 "철의음악"에서 실시간으로 라이브중계될 예정이다.

줄거리

우선 대표적인 낭만파 작곡가인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의 연가곡 “여인의 사랑과 생애(Frauenliebe und Leben), 작품 42”를 부른다. 모두 여덟 곡으로 이루어진 이 연가곡은 프랑스계 독일 서정시인인 아달베르트 샤밋소(Adalbert von chammisso, 1781~1838)가 1830년에 집필한 연작시에 슈만이 곡을 붙인 것이다. 이 연작시는 한 여인의 연인에 대한 사랑의 과정을 여자의 관점에서 묘사하고 있다. 연인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결혼, 그리고 그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사랑의 여정을 생동감 있게 그리고 있으며 여러 작곡가들이 연가곡으로 만들었지만 슈만의 작품이 가장 유명하다. 슈만의 곡은 1840년에 완성되었는데 이 해는 사실 그의 생애 중에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장인의 완고한 결혼반대를 무릅쓰고 드디어 사랑하던 클라라(1819~1896)와의 결혼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 덕택인지 그때까지 주로 피아노곡들을 작곡하던 슈만은 이 한 해에만 “리더스크라이스(Liederskreis)”, “시인의 사랑(Dichterliebe)” 등의 연가곡을 비롯해 무려 183곡(일부 자료에는 168곡)의 가곡들을 남기게 되고 평론가들은 이 해를 “가곡의 해”로 부르고 있다. 슈만이 법원으로부터 클라라와의 결혼허가를 받고 가장 먼저 쓴 가곡작품이 바로 이 <여인의 사랑과 생애>라고 한다. 하지만 이 연가곡의 여덟 번째 마지막 곡이 남편의 죽음과 그로 인한 여인의 깊은 슬픔으로 무겁게 끝나는 것은, 슈만이 말년에 클라라보다 무려 40년이나 먼저 정신병원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과 오버랩되면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그 다음으로 연주되는 작곡가는 이영조의 가곡 “섬집 아기”와 “엄마야 누나야”이개다. 이영조는 국민 작곡가 이흥렬(1909-1980) 선생의 7남매 중 다섯 번째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에게 어릴 때부터 피아노와 음악의 기초이론을 배웠고, 중2 때부터는 작곡가 김동진 선생에게 화성학과 작곡 이론을 6년간 공부했다. 연세대 음대에서 나운영 선생을 사사하고 독일 뮌헨국립음대에서 칼 오르프를 사사하는 등 현대음악계의 국내외적인 거장들을 두루 사사했고 미국 시카고에서 American Conservatory of Music에서 작곡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내에서는 연세대학교 음대 작곡과 교수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가 되었고 후진 양성에 헌신함은 물론 수많은 성악, 기악, 관현악, 오페라 곡들을 작곡하며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작곡가로 위상을 떨쳤다. “섬집 아기”는 이흥렬 선생이 만든 유명한 노래였는데, 이영조 작곡가가 선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확대 재작곡한 곡이고, “엄마야 누나야”는 작곡가가 연세대학교 재학시절(1962)에 쓴 서정 가곡으로 김소월 시의 서정성을 지나치게 현대적이지 않게 그려내었으며 유수의 합창단들의 주요 레퍼토리이고 정명화(첼로)의 연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날 연주되는 또 한 사람의 한국 작곡가 가곡은 조성기의 “오 나의 장미여”와 “어머니”이다. 작곡가 조성기는 현재 국립 공주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음악교육학회와 한국음악교육공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음악교육에 평생을 헌신했다. “낙화”, “진달래”, “산그늘”, “오 나의 장미여” 등 서정적인 가곡을 많이 작곡하였다. 특히 “어머니”는 현재 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는 곡으로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잔잔히 느끼게 만들어주는 아름다운 가곡이다.
이날 대미를 장식할 곡은 쿠바 작곡가 에르네스토 레쿠오나(Ernesto Lecuona, 1895-1963)의 “사랑스런 당신(Damisela Encantadora)”과 “마리아 라 오(Maria la O)”이다. 레쿠오나는 하바나 태생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형제자매가 모두 음악을 하는 음악가정에서 자라났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솜씨가 뛰어나 신동이라는 말을 들으며 성장했고 클래식과 고전음악 모두에서 탁월한 재능을 나타내었다. 특히 그가 1932년에 조직한 레쿠오나 쿠반 보이즈는 비록 레쿠오나 본인은 참여해서 연주하지는 않았지만 그 인기가 매우 높아 남미와 유럽 각지를 순회연주하면서 1975년에 해체될 때까지 쿠바의 민속음악인 룸바를 세계에 널리 보급시키는데 큰 공헌을 했다. 레쿠오나는 “쿠바의 거쉬인”이라는 명성을 얻었고 평생 600곡 이상을 작곡하였는데, 그가 남긴 탱고와 삼바 등의 리듬에 쿠바적인 색채를 듬뿍 담은 아름다운 곡들은 오늘날에도 세계무대에서 많이 연주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