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스님들이 외출을 금하고 수행하는 기간을 안거라 하며,
이는 여름 3개월 동안 행하는 하안거(夏安居)와 겨울 3개월 동안 행하는
동안거(冬安居)가 있다. 즉 스님들은 1년에 두 번 안거를 행하게 된다.

치열하게 수행하는 선방 옆에는 지대방이 있다.
지대방은 수행 틈틈이 쉬는 휴게실과 같은 곳이다.

우리도 스님들처럼 치열하게 깨달음의 목적은 아니지만, 자기만의 치열한
삶의 공간이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사무실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가게이고,
어떤 사람한테는 공장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산, 들, 바다 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스님들처럼 마음과 몸이 편안히 열리는
지대방과 같은 공간을 갖고 있지 않을까?
그런 공간이 옆에 있는데도 못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4인 스님들의 좌충우돌 참선기를 관람하며 우리네 치열한 삶의 터전 속에서
미처 느끼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는 자기만의 지대방을 찾다 보면,
일상 속에 숨어있는 찬란한 순간들이 섬광처럼 빛나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줄거리

산중의 어느 절.
겨울 안거 동안 허운, 돈조, 혜산 세 스님은 함께 생활한다.
아직은 여물지 않았지만 만만치 않은 뚝심을 보이는 돈조 스님.
늦깍이로 입문하였지만 구도의 치열함으로, 선방에서는 물론 지대방에서 조차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혜산스님. 외길을 살면서도 넉넉하고 여유로운 허운 스님.
깨달음을 위해 자신과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선방!
그 짬을  잠시 이용하여 스스로 마음을 잡는 지대방!
두 방을 오가는 스님들의 삶 또한 그들의 마음 씀씀이만큼 절묘하다.
빨래감을 두고 아웅다웅하고, 안거 해제 후의 계획을 말하며
티격태격하고, 심지어 안거 해제 기념 파티를 위해 솔차를 훔치려는
이질적인 합의를 이루기도 하며...
이런 때에 무문관에 들어가 6년 결사를 하던 도문 스님이 6년을 며칠 앞둔 채,
스스로 결사를 풀고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다.
이윽고 도문 스님이 나오기로 한 날,
수많은 대중들을 남겨둔 채 도문스님이 잠적한다.
무문관의 신화가 갑자기 사라는 것이다. 저마다의 불평이 자자하다.
크게 발심한 혜산 스님은 스스로 무문관에 들어가고
객승 우지 스님은 도문 스님을 찾으러 길을 떠난다.
모두 떠난 밤, 허운 스님과 돈조 스님이 솔차를 두고 마주 앉는다.
똑똑똑, 지대방에 손님이 찾아왔다.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