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일그러지다.’?

세계를 떠올리면 늘 저 단어가 떠올랐다.?
사람과 사물과 감정과 상식에 ‘일그러진’을 붙이면 이 세계가 되었다.?
누구도 바라지 않는 순환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 대개 일그러진 그림자들이 서로의 목을 밟고 서 있었다.?

안보윤 작가는 사회의 어두운 일면들을 능숙하게 소설화하며 의미 있는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현실의 사건과 사회적 문제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소설 속에 끌고 들어와 생에 드리운 구조적 폭력을 때로는 아프도록 생생하게, 때로는 기묘하고 몽환적으로 그려낸다. 원작 <순환의 법칙> 또한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이 세계를 불행이 순환하는 일그러진 세계로 묘사한다. 인물들은 자신의 삶을 불행의 순환에서 건져내기 위해 타인의 삶을 불행에 빠뜨리고 이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꾸게 된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불행의 시작이 어디에서부터였는지 알 수 없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서 일그러진 세계를 조명하여 작품에서 말하는 ‘순환’에 대해 각자 자기만의 사유를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줄거리

두 달째 찜질방에 숨어 지내던 미주에게 호텔 무료숙박권에 당첨되는 낯선 행운이 찾아온다. 서둘러 도착한 호텔에서 미주는 한동안 느껴보지 못한 아늑함에 그만 잠이 들고야 만다. 그 순간 침대 협탁 위에 놓여있던 라디오가 켜지고 ‘생애 최초의 악행’에 대해 고백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