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UFC 현역 선수인 나마유나스가 될 수는 없지만
우리 중 누군가는 나마유나스가 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게 매일 뛰고 또 뛰는 한 소녀에 관한 이야기….

병든 세상, 병든 관계 속에서 살아 숨쉬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세상이 온통 병치레를 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관계는 엉망이 되어버렸다. 우리에게 내일은 있을까？ 정치도 법도 사람을 보듬어 주지 못한다. 그래도 살아가야만 한다. 누군가는 또 싸워야 한다. 내일을 살아가야 할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말이 의미를 잃은 세상, 몸으로 말한다.
마스크 속에 숨겨진 우리의 모습들. 말이 넘쳐난다. 미디어를 통해, SNS를 통해 말이 춤추고 글이 날뛴다. 의미는 허공을 맴돌고 머릿속에서 자맥질을 한다. <나마유나스 되기>속의 인물들은 말하기를 포기한다. 의미를 잃은 말 대신 뛰고 또 뛰며 거친 숨으로 노래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뛰고 또 뛰는 거친 숨소리와 간헐적 신음, 절규하는 노래만이 무대를 감도는 음악극이다.

힘겹고 고통스러운 이 순간도 우리 삶의 일부랍니다. 그래서 또 뜁니다.
승자이기도 하고 패자이기도 한 유나는 말한다. “오랑우탄은 지치고 아파 보여요. 무거운 새끼를 몇 년 간 안고 다녀서 그런가 봐요. 언젠간 정글에도 평화가 오겠죠. 그렇지만 이제 기다려서만 될 것 같지는 않아요. 그래서 싸워요.”

텅 빈 무대에 세 사람이 있다. 한 소녀는 거친 숨을 들이 쉬며 백스텝을 밟다가 잽을 날리고 다시 백스텝을 밟고 원투 스트레이트를 날린다. 한 사내는 말없이 소녀를 바라보며 소녀의 동작을 멈추려다가 망설이기를 반복한다. 한 여인은 건반을 두드리며 노래인지 절규인지 호흡인지 모를 헛노래를 반복한다.

오랜 동안 기다린 시합이다. 소녀는 챔피언이 된다. 보잘 것 없는 소녀가 챔피언이 되고나니 미디어는 스토리텔링을 원한다. 소녀 유나는 그닥 나눌 이야기가 없다. 그저 다음 시합을 위한 연습을 할 뿐이다. 1차 방어전, 유나는 처참하게 링 위를 뒹군다. 패배다. 미디어는 순식간 차가워진다. 세 사람의 관계는 엉망이 되었지만 유나는 다시 챔피언이 된다. 급작스럽게 다시 스토리텔링을 원하는 미디어. 넉넉이는 이제 게임만 잡히면 돈이 될 것이라 하고 유나는 내가 시합하는 이유는 돈이 아니라 한다. 노래 부르는 꺼억이는 더 이상 남의 노래를 부르고 싶지 않다고 한다. 내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한다.

연습에서 다시 엉키는 유나와 넉넉이. 스토리텔링을 몸으로 강요하는 넉넉이에게 유나는 숨겨왔던 진실을 말한다. 세상에 대한 분노, 성폭행의 진실, 어리고 병약하다는 이유로 말 한마디 못했던 학교, 공부가 아니고 운동을 하고 싶었던 욕구가 처절하게 무시되었던 진실이 두 번째 챔피언이 된 후 드러나 버린다. 챔피언이 되었기 때문에 이 모든 진실을 감추어야하는 더러운 현실. 다시 말이 없어져 버린 유나. 그리고 또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