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술로먼의 재판>은 서사극의 대표 작품으로 일컬어지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명작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원작으로 전형적인 삽화적 구성 등 원작의 탄탄한 구조를 가능한 한 살리고자 한 작품이다.
 그러나 남녀노소 누구나 상관없이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진한 감동까지 느낄 수 있도록 거의 개작 수준의 재구성을 시도하였고 노래 또한 원작과 달리 별도로 작곡하였는데 관객들이 금방 따라서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쉽고 편한 멜로디를 선택하였으며, 노랫말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음수율(音數律)을 따랐다.
  주제가 분명한 작품은 흔히 교훈을 강요하기 쉬운데 그 경우 연극이 그 본질로서 지니고 있는 재미와 감동이라는 예술적 효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있어 브레히트는 탁월하게 연극의 예술적 효능과 교육적 효능을 결합시키고 있는 바 <술로먼의 재판> 역시 원작이 지닌 그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고자 노력하였다.
 사실 주정뱅이 재판관 아쯔닥의 이름을 술로먼으로 한 것도 그런 재미와 교훈의 결합이라 할 수 있는데, 작품의 중심 내용이 지혜의 왕 솔로몬이 참 엄마를 가리기 위해 벌였던 재판을 패러디한 동그라미 재판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솔로몬과 유사한 발음으로 하되 “술”에 취해 눈이 “먼”것처럼 판단력이 없을 것이라는 역설적 예단을 담은 것이다.
  술로먼은 시종 술에 취한 채 뇌물을 받아 챙기며 엉터리로 판결을 내려 관객들을 웃기지만 실은 부정한 자들로부터 돈을 빼앗고 약한 자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로 어느새 관객들을 감동시키게 되는데, 이 역시 웃음과 교훈의 결합이라는 고전적인 연극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